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포비아(Phobia)는 어떠한 상황 또는 대상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일종의 '병적인 공포증 또는 혐오증'을 의미한다. 포비아는 정신질환이라는 의학용어에서 의미가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언론기사 등에 자주 사용되면서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포나 혐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용어로 의미가 넓어졌다.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특정현상이 확산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포비아'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자주 남발되고 있다.

한 연예인의 키우던 반려동물이 이웃사람을 물어 사망케 한 사건이후에 언론에서는 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려견에 대해 공포를 느끼거나 혐오하는 것처럼 반려견포비아라는 표현을 남발했다. 또한 개인모금활동을 해온 특정인이 딸의 친구인 여중학생을 살해했을 때도 언론 등을 통해 기부포비아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젊은 층에서 자녀낳기를 꺼린다며 출산포비아라고 표현하고, 전국에 조류독감부터 살충제계란, 햄버거병 등 먹거리포비아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제천화재 참사로 인해 사우나포비아도 나오고 있다.

어떠한 사건이나 문제가 있을 경우 예방이나 재발방지 등을 위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또한 우리나라에 만연된 불감증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문제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심각성 정도를 알려주고 적절히 대처 또는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행처럼 포비아를 남발하며 사건사고나 특정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병적인 공포감이나 혐오증을 조성한다면 결국 불안감과 피해만 키우는 꼴이 된다. 

심지어 제주에서는 관광산업에 따른 부작용이 부각되자 관광포비아로, 중국관광객 범죄가 늘자 차이니스포비아라고 표현하는 일부 언론도 있었다. 동중국해에서 유조선 침몰사고로 오염해양수가 제주에 도달하고 영향을 줄 것이라는 외신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제주바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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