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Too)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지난해 10월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나도 피해자'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미투 운동을 제안한지 24시간만에 50만여명 지지를 표했고 8만여명이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그런데 최근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면서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 해시태그'를 달았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됐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힘겹게 글을 쓴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도 서 검사의 용기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9명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결단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검찰내 성범죄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떳떳한 자발적 폭로를 의미하는 미투 운동의 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문무일 검찰총장 역시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서 검사의 용기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검찰조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