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의 산실이 돼야 할 대학도서관이 인력 및 전문성 부족으로 외면당하고 있다.<제민일보 자료사진>
 대학 도서관은 캠퍼스 내의 ‘심장부’라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단과대 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전공을 고민하고 연구함으로써 대학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교육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이 본연의 기능인 ‘학문연구’에 충실하지 못하고 각종 시험 준비를 위한 독서실 내지는 공부방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면받는 도서관=대학 도서관하면 학문연구와 관련된 전문서적은 물론 다양한 인문·사회·교양 서적들로 꽉 들어찬 책꽂이가 연상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많은 책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있는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세분화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 대학 도서관에서 얻는 도서 정보는 대부분 서명·저자명·주제어(키워드)로만 검색이 가능하도록 기능이 제한돼 있다.

 이러한 전문성 부족은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돌리고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를 입력했을 때 이와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만을 나열하기보다 더욱 세밀하게 분석돼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여인’을 치면 ‘오필리어’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서 필요=이러한 주제별 정보 입력은 원래 전문성을 갖춘 사서가 책·논문·잡지 등을 검토한 후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제주대학교 도서관의 경우 21명의 직원 가운데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전문사서는 4명에 불과. 나머지 14명은 사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받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원래 사서는 학부에서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각 분야의 전공을 이수한 후 전문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면 사서가 되고 이들이 또한 도서관장이 된다.

 또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도서 구입·정리·대출 같은 일상적 업무 외에 상세 분류 등의 일을 처리하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사서를 배출하는 문헌정보학과를 활성화시켜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효율적인 업무분할이 이뤄져야 한다.

▲도서관 역할 대학이 앞장서야=제주대학교 도서관의 장서수는 57만6876권. 1인 당 장서수는 38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상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는 대학 도서관간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각 대학의 도서정보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도내 대학간 상호교류협정을 맺어 자료를 서로 대출해주는 네트워크가 정착되면 적은 수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현재는 구두로만 필요성을 느낄 뿐 실천하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도서관 대신 게임방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실례로 강원대는 고육지책으로 ‘독서인증제’를 도입·실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일정수준의 책을 읽지 않으면 졸업시키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앞으로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중심부로 우뚝 서게 하고 공공 도서관문화의 중심 축으로 만들기 위해 대학 도서관들이 앞장서야 할 때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사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컴퓨터 관련 서적 또는 과제·참고도서 등을 대출해 가는 수준이다”며 “하지만 장서수 확대·각 대학 도서관간 네트워크 화를 통해 도서관의 기능을 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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