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 공연기획자·논설위원

지금부터 정확히 십년 전인 2008년 2월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로린마젤이라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와 함께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특별공연을 개최했다. 북한의 심장인 평양에서 미국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드볼작의 '신세계 교향곡', 거쉬인의 음악과 우리민요 아리랑이 연주되면서 1500명의 관객은 브라보와 앵콜을 열망하는 함성으로 뒤덮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감동적인 장면은 세계평화와 화합, 남북한 문제와 통일을 이야기할 때 지금까지도 단골 메뉴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달 1월 13일 서울롯데콘서트홀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을 위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특별연주회가 있었다.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과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와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의 협연과 지휘로 진행되면서 아시아 3국이 음악을 통한 하모니와 화합을 연출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1989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일본,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구성돼 언어와 문화를 달리하는 각국의 연주자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면서 음악의 가치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사례로 손꼽고 있다. 

문화유산 아리랑과 합창교향곡의 감동  

지난 주말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남북한의 동시입장 음악으로 아리랑이 연주됐고 남북의 경계를 넘어서 지구촌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감동을 연출하면서 올림픽 정신이 더욱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요로 각 지역마다 다양한 버전의 곡이 불려지고 있으며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작곡가들로 구성된 선정대회에서 82%라는 높은 지지율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1위에 선정되면서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베토벤 합창교향곡이 악보로는 최초로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유사한 점을 볼 수 있다. 합창교향곡은 인류평화, 휴머니즘, 세계의 화합을 상징화한 음악으로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주로 연주하는 단골 음악작품이다. 특히 1989년 11월 9일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이를 기념해 개최된 베를린 필의 연주와 서독과 동독,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과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연합공연은 통독의 기쁨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오래도록 각인돼있다. 

예술사회학과 인문학의 관점  

사회학자 베라 L.졸버그는 '예술사회학, 1999'에서 예술사회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다고 했다. 미학자나 인문학자들이 예술에 대한 견해는 순수예술에 중점을 두어 좁은 의미에서 연구되는 반면 사회학자들의 예술에 대한 시각은 예술형태의 범위를 더욱 폭넓게 설정하고 사회적 입장의 외재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민요 아리랑과 베토벤 합창교향곡은 미학이나 인문학을 넘어선 예술사회학 관점에서 보아도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사회적 정치적 효과가 크다.   

음악이나 공연예술은 군중심리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다. 또한 앞의 사례처럼 정치적 냉전관계를 해소하는 역할은 물론 복잡한 국가간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2002 한·일월드컵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음악은 군중을,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였고 정세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더 이상의 파국상황으로 가기전에 감동있는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통해 현재의 냉전 상태가 해소되기를 소망한다. 음악으로 가능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