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예전부터 한국을 '은자(隱者)의 나라'로 표현해왔다. 해양시대를 맞으면서도 극동을 향한 해로(海路)에서 멀어진 위치와도 관계된다. 

하지만 중심해로에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서구문화와 접촉이 일찍 이루어지면서 포르투갈 선박이 도착했다. 이것이 대륙문화영향권에서 해양문화영향권으로 전환하는 시점이 됐다. 해로를 이용한 접촉이 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해로에 가까운 것이 제주도다. 한국에서 서구세력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도 제주도인데 '흑조(黑潮)를 이용해온 극동(極東)해로'에 인접한 사실과도 관계된다. 

하지만 하멜이 난파한 시점이 일본에 당도한 것보다 80년이나 뒤진 세월이다. 그만큼 서구문화를 접촉해온 시기에서 한국과 일본 간에 격차를 벌려왔다. 이 때를 기해서 제주도는 '쿠엘파트란 이름'으로 서구사회에 알려졌지만 '가파(加派)도와 혼동'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상세한 내용은 '헐버트보고서'에 게재(1905년)됐고 지도(地圖)까지 첨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도에는 위도와 함께 한라산 높이까지 수록됐다. 측량기술에 근거한 것임으로 계량(計量)수치에서 오늘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제주도와 혼동해 '쿠엘파트로 표기'하는 한편 한라산을 '오클랜드로 표기'한 점이다. 전자가 가파도와 혼동한 것이라면 후자는 '영국산지에 비유'해온데 따른 것이었다.

외형에서 오늘과 유사하더라도 내용에서 '오류(誤謬)의 흔적'으로 남고 있다. 측량에 근거한 수치(數値)만으로 역사문화를 담아내는데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기록에 근거'한 주창도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제주도를 '쿠엘파트로 표현'해온 것은 물론 K자로 된 한국의 이니셜국명을 C자로 바꾸려는 일부주창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는 '단편적 지식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 국제적으로 인정해온 '헐버트의 지도'마저 오류투성이로 엮어진 점이다. 제주도를 가파도와 혼동한데서 문제는 시작되고 있다. 

또한 가파도를 '기파드(Giffard)로 중복표현'하거나 마라도를 중국발음에 따라 '바로우(Barlow)로 표현'하고 있다. 위치마저 둘을 바뀌어놨음으로 실제상황과 달리한 모습이다. 

하지만 해석적 의미에서 수악(水岳)과 우도(牛島)는 실제의 상황에 가깝다. 전자를 물오름(Water Peak)으로 후자를 소섬(Cow land)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한라산에 대해서는 '높고 숲이 우거진 산'으로 설명했다. 영국의 '오클랜드와 닮은 모습'에서 비롯된 모방지명이다. 그러면서도 한라산이 갖는 본래의미를 살려 '하늘의 은하(milky way)'로서 해석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운한가라(雲漢可羅)의 한자의미를 '서구식방법으로 해석'한데 따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에 걸친 '이질문화요소가 혼재'해온 점이다. 접경지대에서만 드러날 수 있는 고유한 모습이다.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직관(直觀)적 표현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차귀(遮歸)도를 '에덴(Eden)섬'으로 성산포를 '미항(beau-port)으로 표현'한 것은 대표적이다. 시각적 이미지에서 동·서양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자는 그리스도교성지(聖地)에 비유할 만큼 신비성이 담겨있고 후자는 포구의 '아름다운 경치'와 연계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신비성과 아름다움에서 동·서양에 걸쳐 차별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신공항마저 아름다운 성산포인근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단계에 이르고 있다. 육해공(陸海空)에 걸친 제주도가치를 발휘할 때임을 암시하며 도민의 기대치를 모아가고 있다. 자연조건은 물론 시대사조에 '알맞은 대응이 필요'할 때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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