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 및 폭발물처리반이 핵폐기물 물질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포를 해체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경찰 23일 "핵폐기물 추정 물질 소포 배달" 신고 접수
유관기관, 대책본부 꾸려 인력·장비 투입해 소포 해체
'알루미늄 모형' 판명…발송한 환경단체 "호들갑" 비난

한 환경단체가 '핵폐기물 모형'을 제주도지사 앞으로 발송하면서 제주 치안력 낭비 등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핵폐기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제주로 배송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 해경, 소방, 군 등 치안당국이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3일 오전 11시57분께 목포에서 출발해 제주항으로 운항중인 여객선에 핵폐기물로 추정되는 소포가 적재돼 있다는 신고를 제주지방우정청으로부터 접수했다.

경찰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군 등 유관기관들은 즉시 대책본부를 꾸려 해당 여객선이 도착하는 제주항 6부두에 출동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경찰과 해경은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했으며, 소방은 생화학인명구조차량을 출동시켰다. 군 역시 제독부대를 배치해 방사능 노출에 대비했다.

핵폐기물로 추정된 소포는 결국 모형으로 확인됐다.

제주로 배달된 소포와 내부에 담겨있던 전단지.

대책본부는 여객선과 해당 소포를 싣고 온 기사 등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폭발물처리반의 엑스레이 검사를 거친 뒤 해당 소포를 해체했다.

소포에는 방사능 표시가 부착된 노란색 알루미늄 깡통과 핵쓰레기 현황 및 위험성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가 들어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소포의 발신인은 반핵 운동을 벌이는 환경단체로, 지난 19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총 87개의 핵폐기물 모형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주도지사 등에게 발송했다.

이날 핵폐기물 소동으로 투입된 인력은 소방당국 추산 경찰 29명, 해경 19명, 소방 16명, 군 8명 등 72명이며, 행정당국, 제주지방우정청 등 타 기관까지 합치면 무려 100여명에 이른다.

더욱이 여객선이 제주항에 도착한 후 방사능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약 1시간10분 동안 차량 십수대의 발이 묶이면서 각종 화물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불편을 초래했다.

핵폐기물 모형 알루미늄 깡통에 담겨있는 안내문.

환경단체의 반핵 퍼포먼스가 제주의 치안력에 막대한 낭비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환경단체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7주기를 맞아 핵발전과 핵쓰레기 처리 문제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핵쓰레기를 나누다'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 관계자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치안당국으로서는 핵폐기물 추정 물질이 환경단체에서 만든 모형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경호 기자

소포에 담겨있던 핵폐기물 모형 알루미늄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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