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이 부모에게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골칫거리고 등장하고 있다.

 게임중독증으로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을 비롯해 학습능력 저하, 가출이나 폭력범죄 등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무조건 청소년의 컴퓨터활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자녀가 사이버공간에 쉽게 빠져드는 원인을 이해하고 자녀가 원하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주면서 건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임중독 학업일탈=14일 오전 9시10분. 제주시청 주변의 PC게임방은 ‘리니지’‘파괴의 군주-디아블로’등 폭력게임물을 권하는 홍보물이 출입문에 붙여진 채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등교를 하지 않은 중·고등학생 5∼6명의 얼굴은 ‘리니지’게임물에 심취(?)한 표정이 역력하다.

 방과후에도 제주시청 주변의 PC게임방을 매일 찾는 D고교 강모군(16)은 “리니지게임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듯이 교실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고 말했다.

 이 달 들어 신학기가 시작됐지만 김군처럼 게임중독으로 지각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시내 일부 고교에 따르면 매일 10여명이 지각하거나 일부는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채 PC게임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D고교 김모 교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정류장에서 학교행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10분간 게임을 즐기지만 이후 게임물에 점차 빠져들어 등교조차 잊어버리고 있다”며 폭력게임물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왜 컴퓨터게임에 중독되나=무엇보다 청소년기의 공격적 충동으로 폭력게임물에 몰두하려는 경향은 높지만 그 충동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또래집단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여서 친구들 중 대다수가 특정한 게임을 하거나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이버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대화가 없는 가정에서 게임중독증 자녀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학교·학원생활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이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해 사이버공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유아기의 게임물 시청과도 무관하지 않다.

 부모들이 육아의 편리함을 이유로 어린 자녀에게 게임·비디오물을 시청토록 하고, 초등학교 때는 문방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게임을 익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태도로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양정국 제주상담센터 이사장은 “어릴 때 게임에 몰두한 것을 방치했다가 청소년기에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부모들의 무관심이 게임중독을 초래했다”며 “자녀행동을 이해하고 가족 간의 신뢰감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책은 무엇인가=제주상담센터 사이버상담실에는 이처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으로 해결책을 묻는 학부모·교사 네티즌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진이 엄마’로 자신을 소개한 학부모는 “중학교 3학년의 자녀가 학교에도 가지 않고 밤낮 PC통신에만 매달려 컴퓨터를 부수기도 했지만 여전히 통신에 매달리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제주상담센터는 사이버중독 해결방안으로 자녀의 갈등·불안·어려움을 파악, 이해하는 한편 이메일을 이용해 대화를 하는 등 컴퓨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토록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또 대화·토론 등 민주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컴퓨터사용에 대한 규칙을 수립·실천하고, 컴퓨터 이외의 다른 활동에 관심을 기울일수 있도록 신문·잡지를 읽거나 스포츠 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상담센터는 이와 함께 오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상담센터 내 강당에서 초·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가 컴퓨터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모의 역할’주제의 강좌를 마련, 부모의 실천방안을 소개할 계획이다. 문의=744-3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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