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제주대 미온적 대처 성범죄 고착화

신고 의존…조사·강의배제 등 적극 대처해야
학생들 "인권센터 도움 미흡"…보호장치 절실

제주 상아탑의 상징인 제주대학교에서 교수들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수년전부터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됐지만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은 약자인 학생들이지만 이들을 보호해 줄 테두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끊이질 않는 교수 성범죄

최근 제주대학교 현직 교수 2명이 자신의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제주대 교수들의 성범죄 문제가 잇따랐다. 

하지만 학교측의 미온적 처리로 인해 결국 약자인 피해학생들의 상처만 커졌고, 교내 성범죄가 고착화 됐다는 지적이다. 

제주대 K교수는 2013년 학생에게 성추행를 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고, 당시 제주대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교측에 파면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당시 감봉 2개월 처벌에 그쳤고, 해당 교수가 사퇴하면서 추가처벌 없이 면직된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제주대 또 다른 K교수는 2016년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을 뿐 이후에도 강단에 서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고 이 사실을 알려도 가해교수의 강의를 받을 수밖에 없어 수사기관 고소나 미투운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제주대 A학생은 "이번 사례이외에도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거나 폭언·폭설로 악명 높은 교수들이 많다"며 "피하고 싶어도 졸업 필수 과목을 맡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수강할 수밖에 없어 신고나 폭로는 엄두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제주대가 학생의 상담과 신고 등에 의존하지 말고, 학생대상 실태조사 등을 실시한 후 문제가 되는 교수를 우선 강의배제한 후 조사결과에 따라 수사의뢰 및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피해학생 보호 미흡

제주대학교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해결 등을 위해 지난해 8월 대학 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성희롱·성폭력 예방 등을 위한 '인권센터'를 개소했다. 

인권센터는 개소 당시 "대학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고 정의롭게 행복한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입건된 제주대 교수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피해 학생들은 인권센터의 소극적인 태도에 재차 상처를 받았다.

해당 제주대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인권센터를 방문해 교수의 성추행과 성희롱 사실을 털어놓고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했다"며 "이는 다른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인권센터는 신고와 조사 등의 절차에 대해 얘기하면서 파면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라며 "결국 인권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자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본보는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제주대 인권센터로 확인에 나섰지만 인권센터 관계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김용현·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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