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제54주년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4·3 위령제는 화합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4·3 희생자 기준’ 때문이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지난 14일 제4차 회의를 열고 희생자 심의·결정기준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희생자 범위를 제주 4·3과 관련해 △사망한 자 △행방불명자 △후유장애가 있는 자로 결정했다. 또 명예회복 대상에서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군·경 진압에 주도적으로 항거한 무장대 수괴급등은 제외했다. 그러나 제외자는 그 사유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평화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는 2003년까지 11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위령탑과 제단, 광장등 1단계 사업만 먼저 추진하고, 2단계 사업은 진상규명이 완료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제주 4.3유족회 등 관련단체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심사기준부터 문제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훼손과 주도적·적극적 참여정도를 심사기준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 등은 제주 4.3의 성격을 미리 예단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원조성 사업 역시 정부의 소극적인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주 4·3은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진상규명에 앞서 제주 4·3의 성격을 예단하고 희생자 기준을 먼저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 제주 4·3 특별법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특별법 제1조는 ‘제주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4·3특별법을 만들던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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