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2003년 어느 날 한 하버드대 학생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여학생 두 명의 사진을 올리면서 "누가 더 '핫'한가(Who's hotter?)" 투표하라고 제안했다. 친구들에게 전자메일로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서 수업에 들어갔다가, 몇 시간 후 자기 방에 돌아와 컴퓨터를 켰더니 웹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다운되어 있었다.

이 학생은 골똘히 생각했다. "무엇이 이런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을까? 훨씬 야하고 노골적인 사진을 싣는 웹사이트들도 다운되지는 않는데…" 그는 마침내 해답을 찾아냈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유독 엄청나게 발동하는구나…" 그는 이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서 페이스북이 탄생했고, 마크 주커버그는 세계 5위의 부자가 되었다.

청년 창업의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에 가깝다. 연간 약 300만건(하루 평균 8200건)의 청년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에 출생한 주링허우(九零後) 세대만 해도 2억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얼리 어답터'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창업을 시작했듯, 현재 중국에서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차고 카페'에서 차 한 잔 값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하루 종일 연구에 몰두하거나 동료들과의 정보 교환에 열심이다. 그들은 두려움 없이 리스크를 택한다.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세계 청년들이 이처럼 창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국가별 창업 실패 횟수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평균 2.8회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3회에 불과하다. 즉 우리의 경우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1909년 북극점 등정에 성공한 로버트 피어리는 7번째 도전에서야 비로소 개가를 올렸으며 그간 발가락 8개를 절단하는 고통을 감내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좀 다른 성격의 열풍이 일고 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 대기업 취업 전선으로 대거 몰려 들고 있다. 고시촌으로 불리는 신림동, 공무원 시험 학원이 몰려 있는 노량진에는 안정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지식을 주입하느라 정신이 없다.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심각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 경제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농업이 여전히 주요 소득원 중 하나이지만 청년들은 농업을 기피하고 취업 기회가 더 많은 육지로 떠나고 있다.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데도 부양할 계층이 없어 70세가 넘도록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귤밭에서 일하는 노인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희망의 빛이 제주도에 비치기 시작했다. 평화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산방산을 바라보고 길을 살짝 빠져 나오면 이내 아담한 농장이 보인다. 이름하여 "제주 스마트 파머스". 외관은 휴양지의 방갈로 7채가 나란히 서 있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버섯 재배에 최적인 환경을 24시간 유지하는 대형 컴퓨터 상자와 같다.

이곳은 대부분의 시설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어 모니터링이 쉽다. 청년 농부들이 퇴근 후 집에서 핸드폰으로 상황을 관찰하면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원격조정한다. 여기서 축적한 모든 데이터가 자동으로 대형 통신회사로 전송되고, 관련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이 통신사로부터 분석 및 정리된 형태의 정보를 받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농업현장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첨단 농법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연간 10~12모작이 가능하니 단위 면적당 수확이 엄청나다. 품질 우선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가격도 공급자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다. 창업자는 31세부터 스마트팜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진 전문인이다. 현장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들이 뛰고 있다.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고 컴퓨터 기술과 정열로 무장한 슈퍼맨 청년농부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미래 창업의 주인공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좀 더 공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의 하나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청년 창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즉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 축산업, 양식업, 화훼업 등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다면, 제주는 스마트 산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갈 것이고, 나아가 '스마트 아일랜드'로 변신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제주 청년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배우고 경험하면서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긴요하다. 또한 청년 창업가들이 실패를 딛고 재기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하여 제주도 남쪽에서 불붙기 시작한 첨단 농업의 열정이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어, 제주도 전역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의 터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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