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논설위원

흘러가는 세월은 변함이 없지만 사람이 정해놓은 시간의 경계선 송구영신의 마디에는 일희일비(一喜一悲)의 감회가 서린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노년에 이르면 문득 인생에 회한을 느끼게 마련이다. 백발을 향하는 머리, 늘어진 피부, 골이 패인 얼굴, 몸을 가누기 힘들어진 기력, 백년해로하자던 부부도 늙어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쉬움과 두려움이 역력하다. 이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숙명이며 자기만의 몫이다. 그러나 선지자는 노인이 어르신네로 성숙할 수 있다면 노후의 고독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달관(達觀)의 황혼기를 보낼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신다. 

그렇다면 노인과 어르신네는 각기 어떤 모습과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노인은 대체로 은퇴 후 안정된 직장과 소득이 없게 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또 사회적 지위도 상실하게 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익숙한 과거와 구습에 젖어 상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젊은이는 무조건 노인을 존경하고 복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집착하게 된다. 반면 어르신네는 스스로를 절제하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베풀며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과 지혜를 사회에 기부하는 겸손과 여유로움으로 사회적 존재 가치와 역할을 인정받게 된다.

이와 같이 어른이라는 말에는 오랜 세월의 인생경험과 지식을 가진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노인이 어르신네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의식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언하면 어르신네는 오랜 구습의 문을 활짝 열어 시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호흡하고 젊은 세대와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갈등을 치유해 화합을 이끌며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지향적 비전을 조언하는 멘토가 돼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7%이상 14%미만)에서 고령사회(14%이상 20미만)로 가는데 프랑스 100년, 미국 73년, 일본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18년으로 지금의 고령화 속도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40년 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임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제주의 노인도 총인구의 14%을 넘어섰으며 2025년에는 노인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7년 국내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15.6%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 후 노년의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노인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라는 전향적 개념으로 생각과 정책을 바꿔야한다.  노인 세대의 어르신 화는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인력 난에 도움이 된다. 또 의료비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이 억제 되는 등 부차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퇴직 후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고 국민역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전체의 응원과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에는 70세를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20%에 이르며 정년을 80세로 연장하는 기업 등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심각하게 고민하며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퇴직 후 외로움과 절망 무기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자신은 물론 사회의 희망과 활력을 떨어뜨리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노인이 불편불만하고 갈등하며 부담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퇴행적 사회다.  매사에 신중하며 갈등을 녹이고 젊은 세대와 소통으로 지혜와 역량을 모아나가는 사회의 멘 토, 어르신-네 자화상(自畵像)을  그려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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