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패자부활전(repechage)은 경기에서 탈락한 선수에게 다시 한번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목적으로 여는 경기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에서는 패자부활전이라는 제도가 불가능하지만,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제도를 사용할 경우 패자조 라운드가 패자부활전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올림픽의 태권도, 유도 등 종목에서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결정전까지 진출한 후 최종 승리하면 공동 동메달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최근 서바이벌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탈락자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방송 분량을 늘리기 위해 패자부활전을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공중파에서 방영된 '어셈블리'라는 드라마가 있다. '어셈블리'는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이 '국민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국민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에 진상필 의원은 싸움 대신 국민들한테 힘주는 좋은 법을 만드는 '진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첫 번째 행보로 극중 김규환(옥택연 분)이 자신의 아버지인 배달수(손병호 분)를 생각하며 만들고자 했던 법을 만들 것을 공표했다. 일명 '배달수법'이라 호칭되기를 원하는 '패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 지원법'은 한 번의 패배로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법이다.

제주도교육청은 2018학년도 고입 선발고사를 끝으로 2019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100% 내신으로 선발한다. 내신반영 비율은 1학년 10%, 2학년 30%, 3학년 60%다. 자유학기제 기간은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2~3학년 내신 성적만으로 고등학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잠시 방황했거나 학업을 소홀히 했던 학생은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학생의 '현재'가 아닌 '과거'가 '미래'를 결정한다면 제주도교육청의 연합고사 폐지 정책에 대한 정당성이 사라질지 모른다. '패자부활전'이나 '배달수법'처럼 청소년들에게는 당연히 '두 번째 기회'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교육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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