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 제주지방기상청장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은 기상청에게는 특히 의미 있는 달이다. 3월 23일은 세계 기상인이 하나가 되는 '세계 기상의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 기상의 날'은 1950년 3월 23일 세계기상기구 헌장이 발효되어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로 발족한 것을 모든 나라가 기념하는 날이다. 날씨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자기나라에서 관측한 자료만 가지고는 예보생산이 어렵다. 따라서 기상분야에서는 일찍부터 국제협력이 이루어졌다. 세계기상기구는 기상관련의 국제 활동을 관장하는 UN전문기구이며, 우리나라는 1956년 2월 15일 세계에서 68번째로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하였다.

세계기상의 날에는 매년 중요 기상 주제를 정해서 기상지식과 기상사업의 사명을 시민들에게 보급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올해 주제는 "날씨에 대한 준비, 스마트한 기후 대응(weather-ready, climate-smart)"이며 슬로건은 "물의 현명한 사용(water-wise)"이다. 기상청은 날씨에 대한 준비, 스마트한 기후 대응을 위해 위험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경보를 발령하여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제주지방기상청에서는 자연재해 선제적 대처와 인적·물적 피해 경감을 위해 "제주도 위험기상알리미", "제주 바다날씨 알리미"밴드를 통해 유관기관 방재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제주의 겨울은 유난히 힘겨웠다. 1월 하순부터 2월 상순까지 이어진 한파와 폭설로 인해 농가, 축산업, 교통 등 피해상황이 연일 보도되기도 하였다. 특히, 2월 3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눈현상은 최근 30년 중 가장 많은 적설연속일수를 기록하였고, 지난 1월 25일과 26일에는 제주시 낮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르는 등 다양한 기후극값을 다시 쓰기도 하였다. 반면, 지난해 제주의 여름은 굉장히 무더웠다. 여름철 제주시 평균기온, 최고기온, 최저기온, 폭염일수 모두 관측 이래 1위를 기록하였으며, 열대야 일수는 49일로 역대 두 번째 기후값을 기록하였다.
언제부턴가 이런 폭염과 한파 등 상반된 극한기상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하여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예측도 더 어려워지는 있는 실정이다. 

이제 날씨와 기후는 인간생활과 자연생태계, 사회·경제시스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날씨에 대한 준비를 하고, 기후에 스마트하게 대응하며, 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재해위험감소,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는 호모클리마투스(Homo-climatus: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인류)가 되어야 한다. 세계기상의 날을 맞아 불가항력적인 기후변화에 맞춰 살았던 과거 생활방식에서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방식으로 바꾸는 등 국민들이 날씨에 대한 준비를 하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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