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수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올해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가심(心)비'가 떠오르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를 넘어 심리적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욜로 열풍에 힘입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격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무조건 싼 제품보다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여주고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제주산 제품들이 높은 물류비용과 원·부자재 조달의 한계로 제조원가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중시하는 최근 트랜드는 제주에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이어 살충제 계란과 독성 생리대, 햄버거병 파동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선택 기준이었던 기존 소비 형태에서 탈피해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가심비를 높이는 방향으로 새로운 소비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와 함께 제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채소 위주의 유기농 식사를 하고 삼푸, 화장품, 세제 등을 전부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직접 만들어 쓰는가 하면 아예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no-chemistry)족'까지 등장했다. 

제주도는 육지부와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특성상, 지역내 생산부터 가공·유통 등 전 단계에 대한 철저한 식품안전관리가 용이하다. 

지난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보듯이 제주도는 지역 산란계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에 바로 착수하고 지역 유통업체와 협의해 육지부 계란 반입을 즉시 금지하는 조치와 함께,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이거나 회수된 부적합 계란들은 전량 폐기했다. 

육지부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고 디디티(DDT)가 검출된 농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 제주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의 안전성이 확인되고 지역 계란 자급률이 95%라 큰 문제없이 살충제 계란 파동을 극복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달걀 겉포장에 가득한 각종 친환경 인증마크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도 제주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청정지역으로 유해한 화학물질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고 치유와 힐링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제주산 유기농 녹차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다양한 자연주의 화장품 중에서 제주 컨셉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으로 재배된 양배추, 자색당근, 브로컬리, 레드비트, 콜라비 등 제주산 농산물들은 건강음료로 홈쇼핑 히트상품에 자리 잡았다. 

또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서귀포 치유의 숲을 탐방하며 제주 전통그릇인 차롱에 담긴 향토음식과 함께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제주산 농산물과 가공제품들이 가성비 경쟁에서 뒤처지며 지역 농민들과 중소기업들이 판로개척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기농산업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기존 대비 1.5~2배, 유기가공식품은 1.05 ~ 1.3배의 가격에도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된 가심비 시대, 제주 고유의 색깔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청정 제주의 물과 흙, 바람이 길러낸 제주 농산물과 가공품은 타 지역에 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제주특화 원료에 대한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전성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한층 높이고 제주만의 독특한 감성과 스토리가 담겨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저격해 보자. 가격이 아닌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시대, 제주를 선택하는 가치가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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