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화병(火病)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으로서, 우울감, 식욕저하,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외에도 소화가 안되거나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림, 호흡곤란등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화병은 한국 사람에게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데 아무래도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보니 오랫동안 참다가 그것이 밖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몸 안에서 신체화되어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화병을 호소하면서 한의원에 내원한다.

주로 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머리 뚜껑이 열릴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 가슴부위 열감이나 답답함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화병이 오래되다 보면 내가 스트레스로 인해서 이런 증상이 있는 것인지 몸 안에 원래 문제가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각종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소화가 안되면 내과, 가슴이 답답하니 가슴 초음파도 찍어보고 머리에 열이 나니까 머리에 문제가 있는줄 알고 신경과를 방문해보기도 한다.

화병이 신체화 되었을 때에는 이미 병이 생겨난 기간이 수개월에서 십수년 이상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경우 몸에 증상에 나타나다고 점점 몸 전체가 쇠약해져가는 경우를 많이 관찰하게 된다. 특히 불면이나 소화장애에 오래 시달리다보면 당연히 몸의 기능은 점점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적극적인 자세는 화병이 생기지 않도록 스트레스 환경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맘에 맞게 환경을 바꾸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가능한 선에서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화병이 생겼을때 초기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잘못된 진단을 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운동이 의외로 중요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화병이 잘 나타나고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몸 자체가 허약한 분들이 많다. 꾸준하게 운동을 한다면 의외로 스트레스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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