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교수, 논설위원

새해 첫 날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밝히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두 달여 동안 북한과 관련한 차마 믿기지 않는 소식들로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혼란스럽다. 

사실 평창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한이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가 남·북한 단일팀으로 출전, 김여정 특사단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등 무언가 판을 만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남·북관계가 이렇게 변화될 것으로 보지 못했다. 더욱이 대북 특사단의 방북결과의 보고에서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의지, 추가도발 중단과 재래식 무기 불사용 확약 등을 밝혀  믿기지 않았는데 며칠 후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회담 수락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이러다보니 정말 통일이 되는 거 아니냐는 기대가 피어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남·북관계는 지난 10여 년간 일촉즉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15선언으로 이야기 되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봄이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2008년 7월 11일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의 계속이었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에서  천암함 피격 사건과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남·북이 여전히 군사적으로는 충돌하는 전쟁 중이라는 논거가 됐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이 우리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보복 공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우리 한반도는 전면 전쟁의 기로에 처하기도 했다.

북·미관계 또한 초조와 불안의 연속이었다. 사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다소 유화적인 내지는 관리적인 대북정책을 해 왔지만 다수의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강제 내지는 무시하는 전략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말기에 집중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은 트럼프 정부에 들어 노골화해 수차례에 걸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발사 및 공식적인 제6차 핵실험으로 증폭돼 한반도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시 상황이 되고 있었다. 여기에 그저 말장난 같은 리틀 로켓맨,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 이상자, 거짓말의 왕초, 악의 대통령,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생을 늙어 온 투전꾼, 노망난 늙은이 등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은 언어는 점입가경이고 말 그대로 말 전쟁이었다.

이러한 그 동안의 남·북 및 북·미 간의 관계는 도발 이전에 우발적 사건이 전면적 전쟁으로 확대될 만한 백척간두의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 등의 단어는 치기어린 욕심이고 상호 불가침이니 통일이니 하는 주장은 얼빠진 몽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두 달여 사이에 한반도는 꼼짝 못하는 동토의 땅에서 비록 오리무중이지만 봄기운이 피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그래도 주미대사를 역임한 나름 외교 전문가이자 언론인인 홍석현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통일은 이미 기정사실이고 그 다음 단계로 이 시대를 진단하고 희망한다. 소위 북한의 정권교체와 북한붕괴,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북한 침공도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4노즈 원칙을 소개한 것도 설마라는 의문이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논설은 충격이다. 이러다 통일이 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제법이다. 물론 통일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우리의 생존에 절대적 필요도 아니고 독일처럼 10여 년 간 통일병을 앓을 수도 있겠지만 통일은 모두가 잘 보듬고 키워야 할 대한민국 미래의 새로운 기반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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