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품질연구본부장·이학박사

22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물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의 40%(약 30억명)가 물 부족에 노출돼 있으며,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30년쯤에는 7억명의 사람들이 물을 찾아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제주도의 물 상황은 어떤가. 최근 몇 년 사이 상수도 부족, 지하수 고갈, 수질오염, 해수침투 등의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제주도의 연간 물 이용량(2016년 기준)은 약 2억t 정도이며 지하수가 98% 이상을 차지한다. 여전히 지하수에 의존하는 물 이용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지하수의 원천인 강수량은 종잡기 어려울 만큼 널뛰기를 하고 있으며 갈수록 강수량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의 기후변화 현상은 비에 의존하는 전통적 물 관리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만성적 물 부족문제를 딛고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의 사례는 제주도의 물 문제해결에 눈여겨 볼만하다. 말레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던 싱가포르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통해 물 문제를 해결했고 이스라엘 역시 하수재이용과 농업용수 관수기술을 통해 사막을 옥토로 만들어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들 두 나라 모두 물 기근 국가에서 물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현재 제주도가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 이용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 고민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염지하수 담수화다. 세계적 휴양관광지인 스페인 마요로카섬, 카나리제도의 테네리페섬, 일본 오키나와는 강수에 의존하는 물 관리의 한계와 취약성을 인식하고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제주도 동부지역에는 염지하수 자원이 풍부하게 부존하고 있으며 해수보다 염분함량이 낮아 담수화 비용도 경제적이다. 염지하수 담수화는 상수도 부족 문제를 완전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 수열(水熱) 회수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이라는 일석이조의 대안이다. 

둘째, 하수재이용을 통한 농업용수 문제 해결이다. 가뭄이 들어도 1일 약 20만 톤의 하수는 매일 발생하고 있다. 하수의 99%는 물이기 때문에 수처리 기술로 사람이 마셔도 해롭지 않는 깨끗한 물로 만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하수를 고도처리 한 후 저수지(지표수)의 물과 혼합시켜 상수도의 약 15%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재생수(再生水)라 부르고 있다. 이스라엘 또한 하수발생량의 75%를 재처리해 농업용수로 사용함으로써 하수재이용율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하수를 더럽고 불결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제주의 농업용수를 해결할 수 있는 부존자원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셋째, 사람을 키우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에 수자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물산업을 견인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7개의 우수연구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 2013년에는 싱가포르국립대학과 난양기술개학이 세계 10대 물 연구대학 중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제주도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 인력 양성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아울러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전담할 연구기관도 설립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제주도가 겪고 있는 물 문제는 불가항력적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람을 키우고 기술을 개발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아니다.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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