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한국 독서문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면모 중 하나로 자기계발서의 득세를 들 수 있다. 출판시장 집계를 보면 자기계발서는 발행 규모나 판매량에서 전체의 50퍼센트 이상을 점유한지 오래다. 흥미롭게도 자기계발서가 경영·경제서와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가기 위해서 희박한 성공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 자기계발서를 찾는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개인이 남을 앞서거나 성공하려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 자신을 바꿀 통찰을 얻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개인 차원의 성찰과 자강은 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이르는 길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저서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가지에 머문다고 주장한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에서 사람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의 변화에 결정적 요인은 깊은 내성 끝에 나오는 결심이 아니라 환경과 행동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로 장수와 행복 분야와 관련해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이로도 이름이 높은 댄 뷰트너의 지적도 오마에의 쾌답과 맥락을 같이한다.

뷰트너는 개인이 더욱 행복해지려 기울이는 노력은 신경증 발병의 첩경이기 쉬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뷰트너는 사람의 행복은 관계와 공존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 때문에 차라리 삶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행복 달성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환경 구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제도로 정부를 드는 뷰트너는 교육과 공공의료에의 관심과 투자를 행복의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일정 단계의 경제개발을 달성한 국가의 경우, 교육과 공공의료 부분 투자 확대를 통해 건강하고 교육수준 높은 미래세대를 육성하고 그들이 다시 성장해 행복한 공동체를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그가 최근 미국 와튼 경영대학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세곳으로 꼽은 코스타리가, 싱가포르, 덴마크의 사례를 보자. 무장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모든 시민이 해마다 무상 건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로도 널리 알려진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국가 중 문자해독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시민들은 경제적 지위 보다 종교, 가족, 사회적 교류를 삶의 우선적 가치로 여긴다. 또 걸어서 시장을 다니다 이웃과 교류하는 일상을 행복의 주요 요소로 꼽기도 한다.

무상의료와 무상대학교육이 보장된 덴마크는 산모에 대해 10개월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연금으로 은퇴 이후 삶을 보장하며 각종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높은 수준의 삶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싱가포르는 수준 높은 교육과 경제적 안정, 그리고 강한 가족중심 문화가 국가의 행복지수를 높이 끌어 올리는 경우다.

한편 뷰트너는 자신이 주도한 블루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23개 도시와 지역수준에서 더 행복한 도시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산루이스오비스포, 볼더, 포틀랜드 등 지금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성가 높은 중규모 도시들이다. 그런데 더욱 행복한 삶의 환경 조성에 대한 시민, 의회, 도시 행정당국의 의견이나 그 의견에서 시작된 성공 경로도 지역을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광고판 제거와 보행자 중심 이동성 확보와 같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 도심재생사업, 건강한 먹거리 문화 조성, 그리고 비만률 저감 노력 등에서 출발해 관계와 공존에 기초한 행복한 환경 조성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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