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든다는 의미와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어리석은 호해를 교묘히 조종해 경쟁자인 승상을 비롯해 많은 신하를 죽이고 승상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조고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을 바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호해는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라고 말하고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는 신하가 많았다. 일부는 "아니"라고 부정했다. 조고는 부정한 사람을 기억하고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이후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지록위마는 윗사람을 농락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경우에 곧잘 비유되고 있다.

정부는 1999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2000년 1월 공포했다. 2003년 10월 정부는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31일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에 4·3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2003년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에서 4·3평화공원 기공식 열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제58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에 참석, 4·3영령 앞에 고개를 숙였다. 2014년에는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4·3 희생자 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조례도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 희생자 추념식이 오늘(3일) 봉행 된다. 그러나 아직도 4·3의 진실을 뒤흔드는 극우 보수세력들의 시도가 끊이지 않는 등 '지록위마'의 무리가 존재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은 바뀔 수가 없다. 70년째 이어지는 4·3이 올해 완전하게 해결돼 희생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주길장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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