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자 할머니 등 국적없이 경계인으로 살아와

"오늘까지 내 고향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라는 것은 알수 있었지만 실제로 가본적은 없었다.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하는 오사카 평화방문단의 조선적인 강영자 할머니(78)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선적은 1945년 일본 패전 후 1947년에 주일 미군정이 재일 한국인에게 외국인 등록제도의 편의상 만들어 부여한 임시 국적이다.

국적이 없다보니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다.

이번 도쿄와 오사카 평화방문단으로 제주를 찾은 재일한국인은 250여명이다. 이중 강 할머니와 같은 조선적 신분은 20여명에 불과하다.

현재 3만 2000여명의 조선적이 있고 상당수가 제주 출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지난 정부까지 입국 제한으로 인해 고향 방문을 포기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선적인에 대한 입국 기준이 완화돼 고향을 찾았다.

강 할머니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추념식을 기회로 고향 땅을 밟게 해준 문재인 대통령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 등의 감동은 제주 출신이 아닌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역시 조선적으로 경북 출신인 박재복 할아버지(79)는 "4·3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제주 사람들이 이렇게 아픈 상처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고국에 와서 새로운 역사를 알게된 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광현 재일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60)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는 이 보다 더 많은 조선적 재일동포가 거주하고 있다"며 "이번 평화방문단이 제주를 찾는 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한 분들도 있지만 재 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형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