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명동대성당서 4·3 70주년 추념 미사 열려
강우일 주교 “4·3의 희생, 존엄·자유 위한 순교”

한국 천주교의 상징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천주교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제주4·3 희생자들을 위한 추념 미사가 열렸다. 제주4·3 70주년이란 의미와 더불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정의’란 이름의 장소성을 가진 공간에서 제주4·3을 항쟁이라 명명할 명분을 더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7일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집전으로 진행된 미사에는 서울을 비롯해 제주교구 성직자들과 신자 등 250여명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자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제주4·3을 항쟁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를 강조했다.

강 주교는 “제주도민의 죽음과 희생은 오늘 우리 민족, 역사와 어디에선가 연결되는 고리를 갖고 있다”며 “4·3의 3만여 명의 희생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순교자들의 행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4·3의 발화점이 됐던 1947년 3월 1일 제주 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3·1절 기념대회 등을 차분히 설명한 강 주교는 “3·1절 기념대회는 일제 강점기 끈질긴 저항과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도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었다”며 “4·3은 일제 이어 또 다시 이 땅을 지배하고 수탈하려는 또 다른 세력에 저항의 몸짓”이었다고 정의했다.

이어 “4·3 70주년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의 시민단체,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냄으로써 민주주의, 평화와 인권의 길을 열어왔다고 선언했다”며 “2016년 촛불 이전에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고 그 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고, 또 그 전에 4·19 혁명이 있었고, 4·19 혁명 전에 제주4·3이 있었고, 그 이전에 3·1운동이, 그 이전에 동학혁명이 있었다. 이제는 4·3에 ‘항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제주4·3 정명 작업에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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