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덕 「나무도장」, 김금숙 「지슬」 등
4·3 그림책·그래픽노블 전시회 잇따라

정말 슬프고, 너무 아프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70년 전 제주 4·3 그날의 아픔을 만나는 일은 꼭 이맘때 계절병처럼 거쳐 가는 비거스렁이만 같아 명치끝이 아리다. 기억하는 자의 역할을 살필 수 있는 자리는 그래서 더 끌린다.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이 제주4·3을 이해하는 장치로 나섰다.

권윤덕 작가의 그림책 「나무 도장」과 김금숙 작가의 「지슬」이다.

2016년 발간된 권 작가의 「나무 도장」은 4·3 당시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시간을 따라간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 너븐숭이기념관(30일까지), 서울 낙원상가 전시공간(29일까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4·3에 대한 기억을 아픔과 슬픔에 머물게 하는 것 아니라 공동체라는 이름의 희망을 찾도록 구성했다. 그림책 원화 외에 ‘그림책 과정 사진전’, 원화를 그려가는 과정을 편집한 ‘과정 더미북전’, 현장 답사와 유족 인터뷰 등을 살필 수 있는 동영상으로 이해를 높였다.

2014년에 나온 김 작가의 「지슬」은 오 멸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 2-지슬’을 수묵과 종이로 옮긴 작품이다.

대사가 없는 그림만으로 펼쳐냈지만 제주사람들이 겪었던 비극적 상황과 그럼에도 아름다운 섬이 한편의 문학작품을 연상시킨다. ‘공동체의 과거를 돌아보며 개인이 사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연민과 객관성을 실험’하는 원화가 2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성산동 동네책방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전시되고 있다. 12일와 19일 ‘지슬’영화 나누기, 작가에게 듣는 작품 해설 등의 부대 프로그램도 열린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