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봄이 돼 몸이 나른해지고 피로한 증상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봄이 되어 생명력이 답답하게 막혀있는 모양이다. 추운 겨울의 음에서 양으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양기를 잘 펼쳐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체는 환경변화에 따라 신진대사를 적절히 조절한다. 추우면 혈압을 올리고 멜라토닌을 활발히 생성한다. 반면에 따뜻하면 혈압을 내리며 세로토닌을 많이 만든다. 겨울에서 봄은 이런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다. 항온동물은 빙하기를 거치면서 추운 겨울엔 최대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동면했다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써야하는 봄이 되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자주 꾸벅꾸벅 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춘곤증은 보통 1~3주면 없어진다. 1달 이상 피로감, 무기력,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호소한다면 이는 춘곤증이 아닌 만성피로의 병리증상이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그 중에 소음인(수체질)과 태양인(금체질)이 춘곤증이 잘 오는 것 같다. 위양이 부족한 소음인은 피로와 더불어 입맛이 떨어지면서 소화불량을 호소하고, 목기가 부족하고 금기가 넘치는 태양인은 피로와 더불어 건선이나 아토피 등의 면역과민 반응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봄이 되면 일조량이 늘어나는데 햇볕을 쬐며 산책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겨울보다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더 필요한데, 봄철 과일과 나물이 좋다.

소음인은 토마토와 귤, 소양인과 태양인은 딸기, 태음인은 사과가 좋다. 달래, 냉이, 쑥, 두릅 등의 봄나물도 춘곤증을 물리치는 훌륭한 식재료다.

중요한 것은 과하게 급히 먹지 않아야 한다. 봄에는 체표로 혈액순환이 집중되므로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의 자연스런 적응에 방해돼 술, 카페인 섭취는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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