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 공연기획자·논설위원

제주의 4~5월 달력을 보면 문화공간의 공연기획자들은 절망에 가깝다. 봄맞이 벚꽃, 유채꽃 축제 등 공연장으로 유인해야할 관객들이 산으로 들로 야외로 출타하기에, 공연장 객석이 비기 일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2017 문예연감'을 보면 인구 10만 명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를 보면 제주가 133.3건으로 서울(124.4건)보다 높게 조사됐다. 뒤를 이어 강원(93.1건), 광주(87.4건), 대구(87.1건), 전북(79.3건), 부산(74.0건), 대전(65.9건), 울산(60.1건), 전남(54.5건), 경남(50.1건), 세종(49.0건), 충남(45.4건), 충북(43.2건) 순이었다. 전국 평균이 66.4건인 것으로 볼 때 제주가 이미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30일부터 약 열흘간 경남 통영에서는 국제음악제가 개최됐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한 국제음악제는 어느덧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자리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외국인 음악가와 관객 또한 매우 많이 보였다.

특히 반클라이번 콩쿨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협연무대가 있었었다. 그의 집중력은 1000여명의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또 음악도 무대매너도 완벽에 가까웠다.

통영시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13만5000명으로 서귀포시보다 적고 사회경제적으로나 관광지로나 제주가 뒤질 것은 없다.

다만 통영에는 문화의 중요성과, 문화가 가지는 사회, 경제적 파급 및 잠재효과를 캐치해 이를 지역 주요정책의 하나로 수립한 정치가와 정책집행자인 예술행정가가 있었다. 

통영시는 2015년에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지정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됐고 이어서 2017년에는 대구시가 선정됐다. 이 두 도시의 공통점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벤트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음악축제와 공연중심의 문화공간이었다. 통영음악당의 통영국제음악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대구오페라축제가 그것이다. 

우리 제주에도 이에 못지않은 자산인 제주국제관악제가 있다. 이미 정부에서도 공인한 공연예술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이벤트를 담아낼 장소인 전문화된 공연장과 상설화된 조직이 없다. 전문 공연장과 행정의 효율적인 지원 및 문화에 대한 절학이 뒷받침이 없으면 다른 여타의 축제들보다 뒤쳐질 것이 뻔하다.

제주가 음악창의도시를 넘어선 세계의 문화도시의 수범사례로 기록되기 위해서라도 세계수준의 음악축제와 지역을 브랜딩 할만한 좋은 문화공간은 필수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프라를 행정, 민간, 정치 분야를 네트워크하는 다양한 전략도 필요하다.

통영국제음악제는 1999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003년부터 개최됐다. 반면에 제주국제관악제는 이보다 가장 앞선 1995년부터 시작됐다.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 행정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제주는 지난 수십년간 일본과 중국 중심의 관광도시였지만 앞으로는 독일,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문화선진국과 미국 등 자유경제선진국으로 눈을 돌려 예술을 통한 국제교류의 허브역할과 함께 문화도시로 방향을 설정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고급화된 문화전략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사례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한 음악축제와 지역을 브랜드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유기적인 조합에서 가능하다. 매해 천만명이 다녀간다는 호주시드니오페라하우스, 뉴욕 링컨센터와 카네기홀, 싱가폴 트윈타워 콘서트홀, 백년이 넘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오페라극장들 처럼...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