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대 의지하는 힘의 파장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로 시작하는 시가 사람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달을 기다렸던 사진작가가 가만히 카메라 조리개를 만지작거린다. 슬쩍 빛을 안았다가 슬그머니 밀어낸다. 그렇게 그 안의 것들과 말을 나눈다.

'직지 코드' 우광훈 감독이 본업인 사진작가로 제주를 찾았다. 갤러리카페 다미에서 30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달나무'다. 달·나무와 호흡을 맞춘 지 벌써 5년이나 됐다. "서로 나누는 사이"라는 귀띔이 이해가 된다.

나름의 색깔이 분명한 것들이지만 달은 해에 빛에서 밀린다. 나눠주는 것만 아는 나무는 말이 없다. 아직까지 응원이 좀 더 익숙한 작가의 심정까지 묘하게 어우러진다.

낮 동안 나무를 찾아 관찰하고 달이 뜨기를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서로 기대 의지하며 사는 '사람 인(人)'의 의미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 나무와 달이 서로의 빛이 되어 주는 것처럼 누군가를 조명하고 도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전시에도 반영됐다. 전시 관련 수익금은 백혈병소아암 환아를 위한 성금으로 쓸 예정이다.

우 작가는 "달 뜨는 시간까지 함께 지켜준 이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작업"이라며 "치유라는 좋은 파장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721-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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