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논설위원·경남대 교수

교육부는 지난 1일 앞으로 '질문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 수업을 혁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질문하는 교과서'란 학생에게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하도록 하는 교과서이다. '질문하는 교과서'는 '무엇이 궁금한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지, 내 삶에 적용한다면?' 등 일련의 질문과 활동을 학생들에게 단계적으로 제시한다. '질문하는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수동적으로 앉아있기보다는 보다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교과서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은 '닫힌' 교과서관이다. 닫힌 교과서관에 의하면, 교과서는 절대적으로 바른 것이고, 따라서 누구에게나 옳은 것으로 학습해야 것으로 여겨진다. 닫힌 교과서관이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교육은 교과서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작용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일방적인 것이 되기 쉽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교과서의 내용에만 정통한 인간으로 길러지게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닫힌 교과서관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열린'교과서관이다. '열린'교과서관에서는 교과서가 언제나 옳은 것으로 학습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교과서는 우리 인간이 지금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온 사례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교과서 내용은 학습자가 문제해결의 생생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된다. 교육은 교과서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한다. 열린 교과서관을 가진 사람들은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간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대한 전통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컴퓨터 혁명이라고 불린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통합적으로 진화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사회와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기술의 진보와 변화의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사회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져 불확실성이 커진다. 그리고 사회문제들에는 더 이상 보편적인 기준과 방법에 따른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고, 시기마다 지역마다 다른 해법을 요구하는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증가한다.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가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적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불확실성을 견뎌내고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야 한다. 우리는 정형(定型)의 상황에서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인재보다는 새롭게 문제 상황을 바라보고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재구성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창의적 인재 또는 창의적 융합인재는 복잡한 사회현상이나 일터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융합하여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창조해내는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융합인재는 일상의 생활에서 소소한 문제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에서부터 사회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사람까지 그 수준이 다양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창의적 인재는 닫힌 교과서관에 기초한 '질문 없는 교과서'를 통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열린 교과서관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질문하는 교과서'를 통하여 길러져 나온다. 이제 교과서는 누구나 옳은 것으로 믿어야 할 신념이나 가치관을 담은 성전(聖典)으로 더 이상 여겨져서는 안 된다. 교과서는 문제해결의 하나의 사례로 학생과 교사들로 하여금 질문하고 학습하며, 또한 학습한 것에 근거하여 질문하게 하는 자료일 뿐이다.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려면 빠른 시일 내에 기존의 교과서를 '질문하는 교과서'로 대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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