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기상청장

바당('바다'의 제주말)속에서 기계장치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자신의 호흡을 조절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여성을 '해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을 '물질'이라고 일컫는다. 

「삼국사기」에 진주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제주 해녀의 물질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주 해녀는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 중 하나로서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바닷속 해녀의 작업 환경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주 해녀의 고령화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더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서,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제주지방기상청에서는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제주 해녀 안전조업을 위한 기상·해양 융합서비스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선, 제주 해녀의 안전조업을 위하여 해녀의 사고 현황과 유형을 분석하고 기상과 해양조건에 따른 '해녀 물질 영향정보'를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해녀 물질 영향정보'는 기상조건과 해양조건, 개개인의 건강정보를 결합하여 맞춤형 기상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이를 위해 도내 어촌계 중 시범 마을을 선정하여 'Weather Care 시범 마을'로 지정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또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현안과제를 발굴하여 공공서비스를 개발·발전시키는 국민 참여형 정책 모형인 '국민디자인단'제도를 이용하여 진행된다.

'국민디자인단'은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활용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와 주제와 관련된 일반 국민, 공무원, 서비스디자이너 등 10여 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해녀의 숨겨진 수요와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중요 사안을 파악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행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가 협업으로 추진하는 제주 해녀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Weather Care 마을' 조성 협업사업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서비스디자이너 지원과제로 선정되어 5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공될 서비스는 'Weather Care' 시범 마을의 해녀 휴게실과 어촌계 사무실 등의 대형모니터를 통해 Weather Care 데이터(해녀 물질 영향정보, 실시간 기상관측자료 등)를 표출하고, 맞춤형 통보(문자 메시지 전송 서비스 등) 시스템을 통해 각 개인에게 제공된다.
또한 내용 전달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하여 어촌계장을 통한 정보 전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 이후에는 시범 마을 운영 성과와 문제점 등을 분석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도화할 것이며,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하여 제주도 내 서비스 제공 지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를 통해 더 이상 제주 바다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기상청은 '안전한 나라, 안심하는 국민, 국민 중심의 기상·지진 서비스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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