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3월 사체 발견 현장서 4차례 동물실험
당시 부검의와 다른 의견...실종 직후 사망 추정

2009년 사건 발생 후 9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제주 어린이집 보육 여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검거는 사망시간 재추정을 위해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건 당시 논란이 됐던 피해여성의 사망시점이 동물실험으로 재설정되면서 재수사를 통한 피의자 검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은 2009년 살인사건 당시 혼선을 빚었던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여)의 사망시간을 재추정하기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주관한 동물실험은 개(비글) 3마리와 돼지 4마리를 이용해 이씨의 사체가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 현장에서 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실험팀은 이씨가 실종된 2009년 2월 1일부터 사체로 발견된 2월 8일까지의 날씨와 기후조건 등 사건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또 이씨가 착용한 옷(상의 무스탕)을 실험동물에 입혔고, 실종 이후 2월 2일과 3일 비가 온 날을 감안해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물까지 뿌렸다.

사건과 동일하게 7일째 되는 날 오후 8시 30분께 실험동물을 천막 안으로 옮겨 직장온도와 대기온도를 측정했고 부검을 통해 부패 여부 등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이씨의 사망시간이 당시 부검의의 소견과는 다른 실종 직후인 2월 1일부터 비가 내린 2월 3일 이전에 사망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경찰은 당시 사체에서 확인한 위의 음식물 소화 상태와 혈중알코올농도(0.141%),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근거로 이씨가 실종 직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반면 부검에서 사체의 부패가 없고 직장체온(13도)이 대기온도(9.2도)보다 3.8도 가량 높다는 이유를 들어 사체 발견(2009년 2월 8일) 당시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동물실험은 직장체온과 대기온도의 차이로 추정하는 사망시간이 습도와 온도 등 기상·환경적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감정 결과를 도출하면서 상황을 뒤집었다.

특히 사후 7일이 지난 실험용 돼지와 개의 부검 결과 부패가 지연되고, 착용한 두꺼운 옷과 배수로의 콘크리트 벽으로 인한 보온 효과로 사체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실험 결과가 기소와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채택될 것으로 본다"며 "동물실험 결과뿐 아니라 과거 자료 분석과 수사를 통해 얻은 자료도 증거능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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