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24·25일 ‘기억투쟁과 평화예술…’컨퍼런스
기록에서 사유 확장 통한 미래 재형성·현실 연결 등 주문

‘평화예술’은 어떤 목적이나 수단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동기 부여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문제와 끊임없이 연결하는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24·25일 미술관 강당에서 진행한 ‘기억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컨퍼런스에서 모아진 담론은 이러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미술관이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김영진)·JIBS 제주방송(대표이사 탁윤태)와 공동으로 6월 24일까지 진행하는 제주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의 연계 행사다.

제주(4·3)와 비슷한 국가폭력와 양민학살을 경험한 광주(5·18), 오키나와(태평양전쟁), 대만(2·28), 베트남(베트남전쟁), 중국 난징(일본군 대학살)·하얼빈(일본군 생체실험)을 미술이란 장르로 연결한 기획에 맞춰 국내외 미술계 인사를 비롯해 학계·연구자 등이 모여 ‘기억투쟁’의 의미와 평화예술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동아시아 제노사이드와 예술’주제로 기조강연 한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는 “제주4·3이 품은 항쟁, 저항의 역사는 분단에 반대하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것이었다. 그 역사를 알린 예술의 발자취는 사회적 억압, 국가폭력에 맞선 처절한 저항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기억투쟁의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단단했다. 그리고 사유의 확대를 통한 재형성과 확장을 주문했다.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예술 장르로 표출했던 과정이 의미 있었음에 대한 공감은 앞으로에 대한 과제로 이어졌다.

눙 윌시 인도차이나 아트파트너쉽 수석큐레이터는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억은 항상 표현되고 재구성된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해지는 방식”이라며 “기억은 사라져가는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재구성이므로, 과거에 대한 다른 버전을 통하여 역사적 의식을 되가져오는 것으로 미래를 재형성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바 마이 광운대 교수는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는 ‘말하기’라는 꾸준한 행위를 통해, 과거사 및 경험자들의 기억을 현재 사회의 현실과 결부시키는 기억투쟁을 진행하면서 미술과 미술관의 역할과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오키나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을 전달하고 기억을 공유하고 끊어지지 않도록 현재 문제로 연결시키는 실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의 ‘창작 여건 개선’주문도 공감을 샀다. 윤 교수는 “역사의 본질이나 역사의식을 작품화 할 때 경험이나 학습이 부족하면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4·3을 포함한 평화예술의 완성도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창작 지원과 환류·재생산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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