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3어버이상 시상식 25일 4·3평화기념관 대강상서
102세 강천영 할머니·고 양규석 할아버지 등 30명 수상

올해 102세인 강천영 할머니(제주시 오도길)는 여든 넘은 자식의 얼굴에서 그 때 잃은 다섯 살 아들을 봤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차마 울지도 못하고 살아남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다했다. 그런 어머니의 두 손에는 ‘70년’이란 야속한 시간이 여기 저기 굳은 살로 남았다. 눈 앞에서 부모를 잃고도 차마 이유를 묻지 못했던 10대들의 머리에도 어느새 하얗게 세월의 눈이 쌓였다.

제주4·3의 비극을 딛고 속절없이 흐르는 동안 가족과 사회를 지키며 살아온 어른들이 4·3어버이상을 받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26일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4·3어버이상 수상자 30명을 시상했다.

4·3어버이상은 4·3의 아픔 속에서도 모범적으로 생활해온 4·3희생자 및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2001년 제정했다. 2009년부터 4·3평화재단이 선정, 시상하고 있다.

올해 4·3어버이상 수상자는 지난달 19일부터 4·3관련 단체의 추천과 사실조사, 공적심사위원회(위원장 이규배)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

최종발표 직전 작고한 고 양규석옹(수형자 서귀포시 안덕면)을 포함한 수상자 중에는 올해 아흔을 넘긴 이만 10명이나 된다. 수형의 고통과 후유장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존희생자 등 아직 더딘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에 대한 아쉬움을 더했다.

이날 시상식을 특히 고령 수상자들을 고려해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과 양윤경 4·3유족회장이 단상에서 내려가 상을 전달하는 등 존경과 감동으로 채워졌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강인숙(93·미망인·서귀포시 가거로) △강천영(102·〃제주시오도길) △고태림(76·서귀포시 남원읍·소년가장) △김문경(83·〃·〃) △김상길(90·미망인·서귀포시 안적면) △김순두(74·소년가장·제주시 조천읍) △김순섭(85·미망인·제주시 가령골길) △김영두(81·소년가장·제주시 한림읍) △김옥선(84·소녀가장·제주시 정존7길) △김태욱(80·소년가장·제주시 한림읍) △김태일(72·소년가장·제주시 월산북길) △김현숙(93·미망인·제주시 구좌읍) △김형옥(89·미망인·제주시 삼무로1길) △백술생(96·미망인·제주시 조천읍) △송병기(78·소년가장·제주시 원노형6길) △양규석(작고·수형자·서귀포시 안덕면) △양기언(76·소년가장·제주시 애월읍) △양능자(95·미망인·제주시 부록길) △양성보(86·후유장애자·제주시 광평안길) △양용해(87·소년가장·제주시 서광로) △오계춘(93·수형자·서귀포시 지장샘로) △오남기(83·소년가장·서귀포시 호근로) △윤옥화(76·후유장애·제주시 조천읍) △이승헌(74·소년가장·제주시 중앙로17길) △이은여(74·소녀가장·제주시 조천읍) △정기성(96·수형자·서귀포시 남원읍) △정순희(83·소녀가장·서귀포시 이어도로) △조선옥(79·소녀가장·서귀포시 남원읍) △현우룡(93·수형자·제주시 한라대학로) △홍영선(89·미망인·서귀포시 중산간서로).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