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주인권학술회의 2000’이 열리는 서귀포 칼호텔에서는 작은 소란이 있었다.

행사내용에 불만을 갖은 월남참전동지회 제주전우회 회원들이 행사진행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날 회원들은 ‘베트남전 한국군 양민학살’에 대한 발표내용 중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민간인 9000여명을 학살했다’는 주장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파월국군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이를 취소하지않으면 행사자체를 봉쇄하겠다며 반발했다.

회원들은 이같은 주장을 하며 시위를 벌여 행사장분위기를 긴장속에 몰아넣었다.

이날 소란은 결국 행사주최측과 회원들간 대화끝에 전우회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배려하기로 하면서 해결됐다.

회의중 참석한 전우회원 대표는 “9000여명이란 민간인 학살주장은 게릴라와 양민 조차 뚜렷하지 않는 당시 현실을 볼 때 근거가 의문스럽다”며 “이러한 문제해결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제의했다.

소란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이를 보는 마음은 과거사의 문제해결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 주최측이 다른 주장을 펴는 전우회 회원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고 이를 들어주는 자세나 또한 행사내용에 대한 불만을 물리적 대결보다는 반론과 함께 보다 자료에 근거한 사실접근 노력을 표명한 전우회원들의 자세는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였다.<김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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