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3. 고내리 신이물

전망대 설치 전 고내리 신이물.
전망대와 가림막이 설치된 신이물.

신의 계시 의해 발굴… 용출량 풍부·좋은 맛으로 유명
보전·관리 등 부족... 수질·접근성·주민이용 평가 낮아
난개발 등 위협...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자세 요구

제주시 애월읍 지역은 예로부터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경로사상이 높아 애향.전통문화의 고장으로 일컬어졌으며 중산간 지역의 드넓은 목장과 풍부한 수산자원, 천혜의 관광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주열풍과 맞물려 제주 서부지역 전원도시로 급부상하면서 난개발 등으로 인해 용천수를 비롯한 수많은 자연자원이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농촌 마을 '고내리'
고내리(高內里)는 평지가 대부분의 지역을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북쪽으로 남해와 인접해 있으며, 남서쪽에 큰아기밴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자연마을로는 고내, 동카름, 서상동, 서하동 마을 등이 있다. 고내 마을은 고내오름 밑에 위치한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며, 동카름 마을은 고내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서상동 마을은 고내 서쪽,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하동 마을은 고내 서쪽,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고내에는 고려 때부터 사람이 살았고 1280년(충렬왕 26)에 현촌이 설치된 것으로 보아 바다 수심이 깊은 해안선과 대양을 전망할 수 있는 고내봉이 있어 지세적으로 외적을 방어하는 지역으로 거주가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본래 제주군 신우면 지역으로 애월고내 또는 고내촌·고내포라 했는데, 1914년 행정 구역 개편에 따라 고내리가 됐다.

고내리의 영천 '신이물'
신이물은 마을 서북쪽 500m 지점(고내리 1232번지 일대) 해안가에서 샘솟는 용천수이다. 
용천수가 바닥에서 솟아나기 때문에 밀물 때는 함천(鹹泉.짠물이 나오는 샘)이나 썰물 때는 수량도 많고 시원해 영천(靈泉.신기한 약효가 있는 샘)으로 불린다.

고내리 마을에서 가장 좋은 물로 매우 신성시해 마을제 때는 반드시 신이물을 떠다가 음식을 만들고 제단에 올렸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경우는 마을마다 있으며 이런 물을 '신(神)의 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용천수는 동류수러서 옛날 신의 계시에 의해 발굴됐다고 해 '신니수'라고도 한다.

신이물은 용출량이 풍부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해 인근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등 마을 형성과 유지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또 마을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하며 수다를 떠는 마을 사랑방 역할도 했다.

특히 여름이면 온 마을 주민이 만물에 모여 목욕도 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무더위를 이기기도 했다.

신이물 보전.관리 절실
이처럼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신이물의 보전.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문화,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 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도 20점 만점에 13점에 불과하다.

용출량은 3점을 받았지만 역사문화와 접근성,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 나머지 분야에서는 모두 2점을 받는데 그쳤다.
 

전망대 구조물에 녹이 슬었다. 

과도한 정비…경관 부조화
특히 과도한 정비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신이물을 확인한 결과 용천수 위로 인위적인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경관을 헤쳤다.

또 난간 등 전망대 구조물 곳곳에 핀 녹은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용천수 오염도 우려됐다.

이 같은 과도한 정비로 인해 신이물은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에서 과도한 정비로 본래 모습을 잃은 용천수로 지목되기도 했다.

고내리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주민 요청에 따라 가림막 시설 용도로 전망대를 설치한 것"이라며 "지역에 있는 용천수를 잘 관리해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제주인의 삶과 함께 한 제주 용천수가 난개발과 수량 감소, 원형 훼손 등으로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제주의 자연자원인 용천수를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먼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해안에 위치한 용천수인 '신이물'에서 남쪽으로 100m 가량 떨어진 지점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먼물'이라는 습지가 자리 잡고 있다. 

먼물은 해안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바다와 맞닿았던 습지로 내륙 쪽 용천수로 만들어진 곳이 먼물, 해안가 용천수로 이뤄진 곳이 신이물이다.

먼물은 1960년대까지 고내리 주민들이 물을 길어 마시고 빨래터로 이용하던 곳으로 신이물과 함께 주민의 삶의 터전 그 자체였다.

밀물 때는 물이 고이고 썰물이 되면 늪이 형성되는 특이한 연못으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 양서류 등이 서식하고 철새가 찾아오는 습지다.

하지만 이곳은 한동안 터를 잡고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 몇몇만 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한때는 방치돼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먼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자원으로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제주시는 지난 2008년 생태 학습장과 휴식공간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먼물 연못 일대에 산책로 및 편의시설을 조성했다. 또 고내리 주민들은 풀베기와 쓰레기 수거 등 환경정비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생태 학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내리 관계자는 "먼물은 해마다 많은 생물이 찾아오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신이물과 함께 고내리 주민 삶 그 자체였던 먼물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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