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란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장

"6월 14일 데이'를 아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매월 14일을 '~데이'로 알고 있다. 그 날은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거나 다양한 이벤트로 문화생활을 즐긴다. 그렇다면 6월 14일은 무슨 데이일까. 대개 이 날을 키스데이라고 알고 있을 뿐 '세계 헌혈자의 날(World Blood Donor Day)'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6월 14일은 키스데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헌혈자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 헌혈자의 날'은 혈액형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칼 랜드스타이너' 박사의 생일인 6월 14일을 기념해 2004년 헌혈운동과 관련한 4개 국제기관인 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날이다.

이 날은 매년 세계에서 한 국가를 선정해 헌혈자와 함께하는 '지구촌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 '제9회 세계 헌혈자의 날 지구촌 이벤트' 개최국으로 선정돼 '세상에서 가장 큰 인간 핏방울 만들기' 세계 기네스기록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헌혈 관련 행사를 전개해 우리나라 혈액사업과 헌혈자를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촌 이벤트 개최국인 그리스의 캠페인 메시지와 연계해 '생명을 살리는 나눔, 헌혈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세계 헌혈자의 날' 이벤트를 진행한다.

얼마 전 '황금 팔을 가진 할아버지'의 기사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는 1951년 14세의 나이에 폐 하나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 13ℓ의 수혈을 받았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어 준 소중한 피로 새 생명으로 태어난 어린 소년은 자신도 헌혈을 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결심했고 헌혈이 가능한 18세부터 헌혈을 시작해 2011년 1000회 헌혈로 월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는 지난 5월 12일 81세의 나이로 1173번째 마지막 헌혈을 한 '황금 팔을 가진 할아버지' 제임스 해리슨이다.

제임스의 혈액은 항Rh항체를 가지고 있어 그의 혈액으로 산모들을 치료하는 백신을 만들었고 그의 헌혈로 240만 명의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고 한다. 호주는 헌혈정년이 81세라서 제임스는 더 이상 헌혈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제임스처럼 황금 팔을 가진 히어로들이 많다. 전국에 300만 명이 넘는 헌혈자들이 꾸준히 헌혈에 참여하고 있으며 헌혈 700회가 넘은 헌혈자가 전국에 2명이나 있다.

제주도만 해도 최근 610번째 헌혈에 참여한 진성협씨, 제주도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 300번째 헌혈에 참여한 송현자씨를 포함해 매년 3만8000여명의 제주인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헌혈은 아주 소소하게 시작했지만 그 나눔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갖는 이가 생겼다. 그 생명을 보면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1억 800만 명 이상의 무상 헌혈자가 존재하지만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혈액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매혈이 성행하고 있다. 또한 저개발국은 전체 헌혈 혈액의 65% 이상이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사용될 정도로 보건 환경도 열악하고 그 마저도 부족해 생명을 잃는 어린이들이 많다.

현대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혈액을 대체할 물질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혈액은 사용기간이 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로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헌혈만이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우리도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내 주변에 있는 헌혈자에게 미소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 보자. 그리고 헌혈로 따뜻한 체온을 함께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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