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욕'을 사전에서 찾으면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다. 주로 분노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알아 들을 수 있다. 욕이 지니고 있는, 말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 때문이다. 실제 뇌에서 욕과 말을 관장하는 영역은 다르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말은 합리적 사고와 자발적 활동을 책임지는 상위뇌(대뇌피질 영역)에서 관장하는 반면 욕은 감정과 자율신경계를 통제하고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조절하는 하위뇌(변연계)에서 다룬다.

일화도 있다. '악의 꽃'이라는 시집을 낸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말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언어 능력을 잃고 병상 신세를 졌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 문구만은 잊지 않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그 말을 하는 통에 수녀들마저 그를 병원에서 내쫓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문구는 다름아닌 '제기랄'이었다.

욕에는 '카타르시스'라는 순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상대방이 불편을 느끼게 한다. 사회 지도자나 고위층, 재벌가, 정치인들의 욕설이 회자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최근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욕설 녹취 파일은 이른바 '대한항공 갑질 사태'를 촉발했다.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됐다. 지방선거 참패로 '보수 붕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최악의 성적을 거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도부 줄사퇴 등 후폭풍이 거세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진보와 보수 간 희비가 명확히 엇갈린 선거였다.

반면 선거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욕'만 난무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전부터 불편한 말이 꼬리를 물었고 선거운동 기간 정책보다는 뒷말이며 지적과 비방이 더 많았다. 정치인들이야 욕 먹는 일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스스로 내린 결정에 욕 먹을 이유는 없다. 그것을 욕할 권리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이상 욕을 먹는 일이 없을 것인지, 유권자들을 욕받이로 내세울 것인지는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부터다. 승리한 여당과 참패한 야당, 당선인들의 책임과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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