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모 변호사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우, 피해자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 하급심은 "제3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계약이 아니므로,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인인증서에 의해 본인임이 확인된 자가 작성한 전자문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 작성됐더라도 전자문서법에 따라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경우 전자문서 수신자는 전화 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봐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인인증서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이용해 발급받은 것이라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는 작성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믿은 정당한 이유가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고, 이러한 법리는 대부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연말정산을 처리해 달라며 맡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언니가 금융기관에서 몰래 대출을 받았다면 동생도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판결도 존재하는데, 이 역시 위와 같은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위와 같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공인인증서 제도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전면 폐지되고, 다양한 인증 수단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게 되는데, 그렇다하더라도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알려준 잘못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으니, 본인의 인증 수단과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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