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다.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듣고 여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다. 그러나 호랑이는 몰랐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민선 7기 제주도지사 재임에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분 더불어민주당 열풍 속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란 관심을 받고 있다.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추진한 일을 완성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바람이 투표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민선 7기 제주도정의 '제주가 커지는 꿈' 공약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우선 공약실천 목표를 '소통강화, 도민화합, 도정혁신'으로 꼽았다. 민선 7기 공약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로드맵이 발표됨에 따라 조만간 행정시장 임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늘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행정시장, 유관기관장들의 후보군이 나온다.

하지만 호가호위를 반드시 엄벌해야 탕평 인사를 하고 제주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당선에 기여한 대가로 요직에 발탁됐으나 비리에 연루되거나 특정 계파를 형성해 공직사회 화합을 망치고 지역사회를 분열시킨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후한말 영제 때 조정을 장악했던 환관을 지칭하는 '십상시'가 제국을 망하게 했다. 대한민국 첫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주변 인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들은 빚진 게 있으면 차차 마음으로 갚으면 된다. 성공은 진정성을 도민과 공유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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