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

미래 공항에 대해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집에서 미리 수하물을 위탁하고, 로봇이 주차를 돕고,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실시간 안내가 시작된다. 보안검색은 탑승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가상현실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위치 정보를 안내받으며 항공기에 들어서면 기내서비스와 도착지 정보가 손안에 있다.

영화나 상상속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만들어낸 물결은 공항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는 여객의 전 경로를 따라 프로세스·정보·시설 전반에 걸친 '스마트공항'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 공항을 향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높아가는 항공수요는 전 세계 항공업계의 대표적 고민이다. 현재도 히드로(Heathrow), 드골(de Gaulle), 프랑크푸르트(Frankfurt) 등 세계 주요공항들은 심각한 공항 혼잡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제주를 포함한 국내 공항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36년 세계 항공여객이 78억명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향후 20년 동안 현재의 두 배에 이르는 40억명이 증가하는 수치다. 협회는 각국 정부와 관련 산업계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방식으로 장래 수요와 여객의 니즈(needs)를 감당할 수 있을까. 여객터미널과 활주로를 확장할 수 있는 한계점은 어디인가. 거대한 항공기 출현은 어떤가.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쉽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과 융합한 '스마트공항'이 하나의 해답임은 분명하다. 

제주공항도 혼잡을 완화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공항을 향한 발걸음 내딛고 있다. 올해부터 생체인식만으로 간단하게 신분확인이 가능하다. 여객이 직접 체크인 가능한 공용셀프체크인은 지난해 도입했고 공용여객시스템과 최신 검색장비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여객 흐름과 혼잡도를 분석하고 항공통계 조류출몰 등 빅데이터 응용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공항은 공항 인프라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부를 중심으로 공항 운영자, 항공사, 지상조업사 등 항공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긴요하다. 공항은 신기술의 시험장으로 활용 가치가 높고, 첨단 산업과 협업으로 만들어낼 시너지가 크다. 우리의 싱싱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빗살무늬토기에서 비행기까지 인류의 유산들은 상상을 힘으로 기존의 관념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고 새로운 변화를 추동한 것 아닌가.

상상은 언제나 유쾌한 일이다. 잠시 상상의 힘을 다시 빌려볼까. 이제 시선을 돌려 평화가 넘실대는 한반도 여행을 함께 꿈꾸어 보자. '평화 투어'라 불러도 좋다. 대륙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유럽여행은 더 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니다. 그럼 대표적 명산 한라산, 백두산을 연속 등반하는 투어는 어떨까. 해외여행자에게 제주-서울-평양을 잇는 3박4일 코스는 가장 핫한 상품이 되지 않을까. 가슴 벅찬 상상들이 우리 품으로 곧장 달려올 것 같다. 한반도의 평화는 관광산업이 물꼬를 트고 제주공항이 작은 징검다리가 되기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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