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에 진출한 제주 극단 이어도의 '귀양풀이-집으로 가는 길'이 23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무대에 올려졌다.

극단 이어도 '귀양풀이…' 23일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공연
역사적 비극·실화 모티브 공감, 동백꽃 배지 등 사전 이해 도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은 사람도,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도, 그 기억을 이어 받은 사람도 모두에게 비극이었던 역사가 대전을 흔들었다.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9일째인 23일 제주 극단 이어도의 '귀양풀이-집으로 가는 길'이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을 숙연하게 했다.

제주4·3과 역사적 비극 속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제주어 대사와 진득한 극 흐름에도 높은 무대 몰입도를 이끌었다.

극단 이어도는 예선과 사전 공연 등을 통해 불필요한 장면을 줄이고 제주색을 강조한 포맷을 완성했다.

특히 공연장 로비에 4·3 70주년범국민위원회와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제작한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소식지와 4·3을 알기 쉽게 정리한 「4·3이 뭐우꽈」, 동백꽃 배지를 나눠 주는 등 이해를 도왔다. 무엇보다 '붉은 섬'(1992) '좀녜'(1994)에 이어 4·3의 비극성 등을 그려낸 제주 연극인들의 맥을 연결하는 무대라는 점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객석에서 미리 받은 자료 등을 살피며 4·3을 인식한 관객들이 남다른 호응을 보였다.

김다영씨(49·대전시 대덕구)는 "제주 연극이란 것만 알고 왔는데 4·3이란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뜻 깊다"며 "제주4·3평화공원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젊은 배우가 역사를 이해하고 무대에 섰다는 점도 놀랍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김경수씨(48·서울)는 "아버지(김동흡옹·82)가 '오도롱(오도마을)' 출신이라 어렸을 때 연극에 나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버지 형제분 중 두분이 4·3 때 목숨을 잃었다. 제주에서는 누구나 피해자였다. 이런 사실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벅차했다.

이날 공연은 연극제 부대 행사인 토크콘서트 일정으로 대전을 찾은 연극인 박정자씨(77)의 방문으로 의미를 더했다. 박씨는 "6·25전쟁 당시 제주에서 1년 6개월 정도 살았다. 내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서 제주도립극단 구상을 들었다. 제주 연극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설레다×취하다×빠지다 감동속으로!'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대한민국연극제는 다음달 2일 대전 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까지 16개 시·도 대표작으로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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