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강대국을 지향하지만 선진국으로서의 미국이 아니다. 경제 및 군사적인 영향력이 커진 중국과 인도에 대해 강대국은 될 수 있어도 선진국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대국을 지향하느냐? 선진국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영방향이 달라진다.

강대국이 '국가 우선'이라면 선진국은 '사람 우선'이라 할 수 있다. 강대국은 경제적 규모를 키우고, 군사력을 강화해서 주변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선진국은 인간의 복지와 삶의 질을 우선시하면서 주변국가가 국제법상 잘못할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주의,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반이민과 반세계화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아메리카 파워'를 키우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국가에 대한 인권과 복지는 크게 관여치 않는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反이민정책을 추진하고,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이슬람권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인종과 국적, 종교에 대한 차별 정책을 철회하라는 전 세계적 비난과 규탄이 확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강대국의 길을 가기 위해 귀를 닫았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강대국 보다는 선진국의 길을 가는 나라들이 많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막강한 군사력도 없고, 경제규모도 작지만 이 두 나라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재는 군사력과 경제제재를 앞세운 하드파워 시대가 아니라 문화·외교·복지 등을 통한 소프트파워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양자를 접목한 스마트파워 시대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로 입국한 후 난민을 신청한 것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범죄 우려 등 이유로 보호주의 차원에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국가에서 드물게 난민법을 만드는 등 국제난민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고 표면적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향이 '강대국'과 '선진국' 중 어느 것이 적절한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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