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감귤사랑동호회장·논설위원

몇 년전 한미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체결과 최근 재협상 추진 등을 통해 제주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와 농민들이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 예상보다는 피해가 최소화 되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살리나스(Salinas)시와 서귀포시와의 자매결연 체결 및 교류협의를 위해 현지를 다녀오면서 미국의 농업현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비록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라는 미국내 극히 일부 지역이고 짧은(3박5일) 체류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곳을 통해 미국이라는 농업대국의 현황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또 우리 제주 농업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갖게 된 시간이었다.

살리나스시는 우리 서귀포시와 비슷한 규모(인구 16만명)의 농업도시지만 미국 최대의 채소생산지이며 포브스 농업박람회가 개최되는 스마트 농업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작가 존 스타인벡의 고향으로  그의 작품 '분노의 포도'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기도 했다. 이곳 방문을 통해 알게 된 현황은 첫째 인근 실리콘벨리에 소재한  아이비엠(IBM) 등 정보기술기업들이 농업회사들과 연합체를 만들어 최신 센서 기술과 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센서를 활용해 아이패드로 땅의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채소 이동 경로별 오염원을 찾고 드론으로 농약 살포와 수확시기를 판단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둘째 살리나스 평야는 1200㎢(3억6천평) 규모로 수박, 딸기 등의 과일과 양상추, 시금치, 브로콜리 등을 생산하면서 미국 채소시장의 70%를 점유하고 22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농가 규모도 트랙터 등 대형 농기구와 광활한 면적에서 자동화된 설비로 생산된 농산물이 국내로 수입된다면 우리 농업이 붕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셋째 이곳 농민들은 나름대로 자체 SWOT 분석을 통해 장점으로 일년내내 온화한 기후를 활용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었고 정부 규제가 심한 약점은 행정과 농민과의 소통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또한 농업의 상당 부분을 규모화 자동화 하면서 스마트 농업을 기회 요인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노동력 부족의 약점은 인근 멕시코 인력으로 해결해 가고 있었는데 여러 상황이 비슷한 서귀포의 경우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듯했다. 시청 경제개발부장의 가장 인상적인 설명은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자국 농산물이 먼저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에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서귀포농업 발전을 위해 시야를 영어권 나라로 확대했다는데 큰 성과가 있었다. 기존 10곳 자매도시가 중국과 일본에 치우쳐 있었지만 이번 체결을 통해 선진 농업분야에서 벤치마킹할 기회가 됐으며 향후 청년 홈스테이 활동 등 민간 교류에서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또 농업대국 과의 경쟁에서 우리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농산물은 양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과 차별화된 영농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존 사람에만 의지하는 관행 농업을 탈피해 농업에 아이티(IT)산업을 접목하고 관광과 바이오 산업이 연계된 벤처농업을 적극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또 미국이라는 농업대국도 수확에 관한한 아직도 멕시코 인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인건비 등 경영비 절감 노력도 필수일 듯 싶다. 이번 자매 결연으로 양시가 농업과 민간교류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 윈윈(win-win)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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