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자 작 '개나리'

제주현인갤러리 윤인자 초대전 '탐나·서정'
5일까지 캔버스 뒷면 이용한 생경한 색감

진달래라고 했지만 실상 눈 앞에 있는 것은 거의 분홍으로 칠해진 색면 추상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기억'이란 이름의 잔상이었던 것은 아닐까.

제주 현인갤러리 초대로 5일까지 열리고 있는 '탐나·서정'의 느낌이다. 윤인자 작가는 캔버스의 거친 뒷면에 색을 올린다. 본래의 자연적인 누르스름한 색감 위로 세상의 것들이 얹혀진다.

부유하듯 흔들리는 느낌들은 촉각적이고 또 생동감을 준다. 붓과 함께 나이프를 쓰는 특성들은 두터운 마티에르를 만들지만 그것이 더 순수한 느낌으로 연결된다. 올이 성긴 표면 위로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머문다. "나의 그림은 부분 보다는 전체가 더 중요하다"는 작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멋을 부리거나 화려함을 끌어내기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힘을 준 때문이다.

거친 느낌 위로 위풍당당 고개를 세운 형제섬이나 산방산, 이름 모를 해안의 풍경은 매끈한 관광 사진에 익숙했던 기억을 비틀어 더 섬답게 다가온다. 투박하게 뿌리 내린 제주의 돌이 단단히 대지를 붙들고 슬쩍 붉은 빛이 감도는 흙은 금방이라도 하늘 오를 채비로 부산하다. 그 곳에 그 것이 있고, 제주에 살면서 오감으로 체득한 덕분에 알아채는데 어려움이 없다. 문의=74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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