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안전관리처장

교통사고 예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철렁하곤 한다. 조금의 관심과 실천으로 어우러져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서글퍼지기도 하며 때로는 참담해지기도 한다.

최근 3년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건수는 21만6553건으로 지난 2015년 대비 23만2035건보다 감소했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2015년 4621명에서 지난해 4185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장마철 교통사고 비중은 21.2%에서 29.5%로, 사망자 수는 19.0%에서 24.1%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장마철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연평균 18.0%가 증가했고 사망자 수는 12.6% 증가했다.

장마철인 요즘 교통안전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먼저 빗길 운전환경은 크게 ①시야확보의 어려움 ②젖은 노면으로 인한 제동력 저하를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운전자와 보행자 관점에서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운전자 측면에서는 차량점검이 필수적이다.

타이어 마모상태와 공기압은 빗길 운행 시 수막현상을 촉진하며 제동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모상태가 심한 경우 미리 교체할 필요가 있으며 공기압은 장마철에는 평상시보다 10% 이상 높게 관리해야 한다.

운전태도는 차량점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전조등을 상시 점등해야 한다. 이는 운전자의 시야확보 외에도 다른 차량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내 차의 이동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평상시보다 50% 이상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20%~50% 이상의 감속운행이 필요하다. 빗길 운전은 평상시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안전거리 확보와 감속운행은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는 물웅덩이를 지나갈 때에는 저단 기어를 사용하고 절대 감속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는 노면상태에 대비해야 하고 물 튀김으로 인해 인근 차량의 시야를 방해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야간 빗길운행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노면의 빛 반사나 반대차로 주행차량에 의한 증발현상이 수시로 발생하며 중앙선 침범 등 차로이탈의 위험성과 다른 차량 등의 인식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 절대 감속운행과 전방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빗길 교통안전은 운전자 못지않게 보행자도 주의해야 한다.

열악한 운전환경으로 인해 보행자에 대한 인식능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보행 시에는 '멈춘다' '살핀다' 건넌다' 순서의 보행수칙을 지켜야 한다. 길을 건널 때에는 일단 멈춰 서서 차량이 오는 쪽을 살피고 안전하다 싶으면 신속하게 건너야 한다. 운전자에게 보행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밝은 색 의상과 우산을 사용해야 한다. 어두운 색 의상이나 우산은 비가 올 때나 야간에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며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무단횡단은 절대 안 된다. 도로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것이며 교통신호라는 약속이 지켜질 때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이 무시될 때 우리의 생명은 담보될 수 없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우리의 관심과 실천은 교통사고로 인한 이웃의 생명을 지켜준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교통사고로 80명의 소중한 이웃을 떠나보냈다. 누구의 과실을 따지기 전에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이 즈음 세심한 준비와 실천으로 더불어 사는 행복에 우리 모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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