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지난 11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중심으로 한 제주공항주변 개발구상안을 발표했다. 환승센터와 5000 세대의 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공항입구 다호마을에서 오일장까지 새로 생기는 도로 남쪽에 길 따라 광역복합환승센터와 상업시설, 20층 정도의 고밀도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환승센터나 상업시설은 예고됐으나 고층 아파트는 의아하다. 문제는 없을까. 전반적으로 재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공항 특색 저버린 소도시 구상 

공항주변 개발을 구상하면서 공항 특색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첫째, 항공기 소음문제다. 흔히 잠자는 주거지나 숙박시설은 공항과 가까우면 문제가 생긴다. 이전의 지자체는 이착륙 코스인 이호지역과 외도지역에 일방적으로 택지를 조성했고 공항인근의 건축물도 방음조건으로 허가했으나 소음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소음대책의 부담은 공항당국에 안겨졌다. 특히 야간에 더 크게 느껴져 제주공항이 24시간 운용하지 못한 사유가 됐다. 

둘째, 조망권이 달린 경관문제다. 제주에 도착해서 항공기에서 내릴 때나 도착대합실에서 나왔을 때 먼저 느껴지는 맑은 공기와 함께 멀리 펼쳐지는 한라산, 그리고 그 앞에 싱그러운 녹지가 휴양지의 평화로움을 더 했다. 공항관리부서에서 공항 수조탑 뒤로 한라산 전경을 가리면서 대형 야외광고판을 설치하려고 했던 일이 있다. 그 곳은 광고효과가 좋은 위치다. 그 위치를 변경케 하고 결국 철거하게 한 일이 있다. 제주도의 가치를 위해서다. 공항 앞에 대도시에나 있을 법한 20층 대형 콘크리트 건축물로 벽을 세워 한라산 전망을 가린다면 제주도의 차별적인 이미지와 아름다움은 어떻게 될까.

셋째, 육상교통문제다. 지금도 1 년에 수 천만 명이 오가면서 서울 도심의 통행속도보다 더 느리다는 공항 입·출구에 환승센터와 5000 세대가 입주해 뒤섞이면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록 길을 내고 넓힌다 해도 교통체증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넷째, 공항보안이다. 국제공항은 국가중요시설이다. 공항 안에서는 유사시 전략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고, 국내·외 국가수반 등 브이아이피(VIP)들이 왕래하는 곳이다. 공항울타리 옆 높은 건물의 사적 공간인 아파트나 숙박시설에서 공항의 경계상황을 살피거나 위해를 도모할 개연성은 없는지, 보안부서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꼭 개발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첫째, 공항입구와 오일시장간 도로를 기준으로 남쪽은 일률적으로 4층 정도의 높이로 하고, 환승센터와 상업시설, 문화공공시설 등 관광객들이 즐기고 환대하는 시설은 공항전면에, 주거지와 숙박시설은 뒤쪽으로 배치한다. 그러면 유럽의 바닷가 도시처럼 경사도에 따라 건축물의 바다 조망권을 나눌 수 있고, 잠자는 시설들이 공항과 좀 떨어져 있게 된다. 공항에서 한라산 조망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기의 도로 북쪽 지역은 장차 늘어날 항공수요, 제2공항이 만들어져도 지금은 잘 상상되지 않는 에어택시, 자가용 등의 수요를 위해 완충녹지와 주차장 등으로 공항 확장을 위해 유보지역으로 관리했으면 한다. 일본 오사카 시내 이타미공항도 도심 사이에 완충녹지를 두어 공원화하고 있다. 

공항 입구에 20층 정도 아파트는 철회해야

주거지역의 입지는 공항 앞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 소음과 교통이 복잡한 개발지역은 주거지보다 문화, 교통, 상업시설 중심으로 해야 '웰컴 시티(WELCOME CITY)'의 컨셉과도 맞을 것 같다. 공항울타리와 인접한 곳에  높은 건축물이 소수 입주자의 바다 조망을 위해 구상했다면 이는 철회해야 한다. 보안상 문제도 있으며, 공항을 오가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한라산 조망권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기능보다 철학이 우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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