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제주시청 건축과

제주시청 무한사랑봉사회원으로 지난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3박4일간 일정으로 소록도 봉사를 다녀왔다. 작은 사슴과 닮아 이름 붙여진 소록도는 전남 고흥군 고흥반도 서남쪽 끝 앞바다에 면적 4.42㎢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1916년 일제강점기 한센인을 강제분리, 수용·격리했던 자혜의원을 시작으로 지금의 국립소록도병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100년 넘게 차별과 편견을 받아 온 한센인의 애환적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우리 봉사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가가호호 방문하며 청소 및 말벗이 되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몰랐던 애환과 서러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위에 지치고 숙식의 불편함에 따른 생각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 소록도에 거주하시는 어르신께서 해설사가 되어 울분을 토하면서 직접 겪은 체험담을 들려주시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한센병 전염을 막기 위해 환자들을 감금하고 생체실험의 대상되었던 이야기와 그 만행이 자행되었던 검시실은 너무나 끔찍했다. 

소록도 자료관, 역사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일제강점기 모습이 이곳에 그대로 보존되어 소록도 한센인의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다. 이번 봉사활동으로 나는 나눔과 배려를 통한 삶을 사는 봉사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는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와 '세마공적비', '다미안 공적비' 등 3개의 공적비가 있는데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봉사하다 '사랑 많이 받고 떠난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이른 새벽 낡은 여행가방 하나 들고 섬을 떠났다. 그녀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다며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한 미안함과 용서를 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지금은 고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에 다시 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고 싶고 보고 싶지만 마음으로 보면 된다고 하면서 한국으로 가면 너무 칭송하는 게 부담스러워 갈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한 감동이 어디 있을까? 봉사는 대접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수녀님은 어느 누구와 비견할 수 없는 나의 천사다.

"사회봉사를 점수 때문에 시작했어도 하다 보면 봉사활동 자체에 의미를 느끼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자비심을 어느 순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좋은 일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시작했든 상관없이 무조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혜민스님의 말씀에도 공감이 간다. 나 역시 우연찮게 봉사단체에 가입하게 되면서 두려움 속에 시작한 소록도 봉사는 내 삶을 크게 일깨워 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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