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사와 ㈔한국소설가협회(회장 정을병)가 공동 주최한 ‘작가와 함께 하는 청소년 소설 MT-문학 체험캠프’가 13·14일 북제주군 한림읍 금능리 제주청소년수련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렸다.

 13일 오후 3시 30분 고민수 제민일보 사장과 김종두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회장, 그리고 도내·외 소설가와 시인 등 문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된 이번 소설MT에는 도내 중·고생 50여명이 참가해 현역 작가·시인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예비 문학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소설 MT참가자들은 문학강연을 듣는가 하면 백일장·창작토론회 등을 통해 예비 문학가로의 꿈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1박 2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이날 소설 MT에서는 오성찬씨의 ‘고향과 문학과 인생’, 이덕화씨의 ‘자기반성으로서의 독서’, 현길언씨의 ‘글쓰기의 즐거움’, 이기윤씨의 ‘월드컵과 국제매너’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문학강연의 물꼬를 튼 오성찬씨는 “제주에서도 노벨문학상 못지 않은 소설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서두를 뗀 후 “어릴 적 잠에서 깨어 띠살창을 열면 범섬의 그림자가 이마 위까지 드리우곤 하던 서호리의 풍광이 문학적 자양분이 됐다”며 유년시절의 체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기 반성으로서의 독서’를 주제로 발표한 이덕화씨는 “다양한 체험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자유를 맘껏 누리는 독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문학작품을 통해 무수한 나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씨는 “독서는 하면 할수록 자신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설 MT의 백미는 백일장 수상 작품 발표·강평회와 질의응답 시간. 수상자들이 나와 자신들의 작품을 낭송해 참가자들과 작품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수상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일일이 해준 강평회는 학생들의 좋은 글을 쓰는 자극제가 됐다.

 강평 후에 가진 질의 응답시간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고교문학은 죽었다, 여타 백일장 수상작품은 기성문인들의 문체를 답습하고 있어 고교문학이 침체되고 있다. 고교문학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달라”는 학생이 있었는가 하면 “문학백일장에서 상을 탈 수 있는 글 쓰는 방법을 얘기해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학교에서 소설과 시를 배울 때는 해부(분석)하는 방법부터 배워 따분하고, 자기생각 없이 문학을 공부한다.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의도 터져 나왔다.

 한 학생은 “제주지역이 타지역에 비해 백일장 참가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각종 공모전을 통해 백일장에 참여하면 상도 탈 수 있다”며 “제주 섬놈(청소년)들이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제주 알릴 수 있는 문학청소년이 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소설가 현길언씨(한양대 교수)는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억압이 돼선 곤란하고, 문학을 공부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고, 문학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인 윤석산씨(제주대 교수) 는 “문학을 대학가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며 “죽어 가는 고교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매체를 적극 활용하면 죽어 가는 고교문학을 살리고,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장환·이덕화씨는 “문학을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읽고, 느낌을 살려 좋았던 점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점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흉내내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협회 이기윤 사무국장은 “참가 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이 문학을 공부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거침없는 질의와 현실적인 고민 등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고 청소년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주문단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캠프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소설MT에는 소설가 안장환·현길언·오성찬·백시종·이덕화·이기윤·김선주·오을식씨와 시인 윤석산·이종주·김승립씨 등 10여명의 문인이 참가해 제주 청소년 문사들과 문학하는 즐거움과 고민을 함께 나눴다.<김순자·김동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