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요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원유 공급 차질이 우려돼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국제 유가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휘발유와 경유는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상승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국제 유가 향방은 한국 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한국 경제는 문재인 정부 이후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가중될 경우 민간 소비 위축으로 경기 침체가 구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국제 유가 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친이란 진영인 예멘의 후티족 시아파 반군이 친미 진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원유 생산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데 특히 예멘은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홍해의 인접국으로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조선에 공격을 가함으로써 원유 생산 및 수송 차질이 우려된다. 다음으로 북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인 리비아는 내전으로 수출항이 폐쇄돼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리고 앙골라는 원유 생산 설비의 노후화로 원유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원유 재고가 급감하고 있고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경제 혼란 및 생산 시설의 유지 보수 부족, 직원 이탈 등으로 원유 생산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캐나다는 원유 수송 병목 현상과 생산 시설 문제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국제 석유 자본은 그간 수익성에 주력해 원유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함으로써 국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원유 공급 능력을 충분히 확장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의 핵심적 요인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미국과 이란간 갈등 고조화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OPEC(석유수출국기구) 3위 원유 생산국인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가시화돼 이란산 원유 수입을 차단하게 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제재를 앞둔 이란이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며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 위협으로 맞서고 있고 미국이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실제적으로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는 100달러 대를 훌쩍 넘어서는 초급등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유가 상승을 방어할 국제 유가 하락 요인 역시 존재한다. 먼저 원유 공급 측면에서 보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OPEC 회원국들의 원유 증산 능력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비OPEC 진영 중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는 OPEC와 비OPEC간 원유 감산 체제를 폐기하고 자체적으로 원유 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략 비축유 방출 및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원유 증산 압박과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 능력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원유 수요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결국 향후 국제 유가는 국제 유가 상승·하락 요인간 대립 및 경쟁 속에서 그 향방이 결정되겠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일정한 국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 불확실성은 매우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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