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서귀포소방서장

'하인리히 법칙'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하인리히에 따르면 하나의 큰 사고가 발생할 때, 작은 사고가 29번 일어나고 잠재적인 작은 징후들이 300번 정도 나타난다고 한다. 

라오스에서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용 댐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해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사고 나흘 전 침하가 발견되었지만 복구 작업에 실패하면서 수백명이 사망·실종됐고 수천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국내에서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적지 않다. 

이 대형 사고들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작은 징후들은 없었던 것일까? 안전설비 불량, 안전교육 및 훈련 미비, 업무태만 등 사소해 보이는 전조(前兆)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안타까운 대형 사고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관으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민·관의 협력이다. 

국민의 화재 대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화재안전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안전감시활동이 필요한 때이다. 개인과 사회의 화재 대응력 강화 및 국민참여시스템 구축을 통한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정부에서는 화재안전의 근본부터 바로 잡기 위해 청와대에 '화재안전대책특별TF'를 설치하고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대책의 하나로 55만 여곳의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화재안전특별조사가 지난 7월 9일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런 대규모 조사가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소방 역사상 처음이다. 

우리 제주도에서도 소방·건축공무원·건축사·전기·가스 전문가 등 22개 반 74명이 합동으로 다중이용업소 등 취약건물 1만5300개곳에 대한 화재안전특별조사에 돌입했다. 

이번에 실시하고 있는 화재안전특별조사는 단순히 법령 준수여부만 점검하던 기존 단속 방식에서 탈피해 이제는 사람 중심, 이용자 중심으로 화재안전기준 및 제도를 정비하고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그리고 위험요인이 있는 건물은 안전컨설팅을 실시, 필요한 조치를 하려는 건물주를 지원한다. 

그리고 소방관이기 이전에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다.  

'일인불과이인지(一人不過二人智)'라고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는 두 사람의 지혜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소방기관에서 공적인 영역에서 제도개선에 힘쓴다면, 도민의 입장에서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 주변에 위험은 없는지, 건물에 들어갈 때는 비상구 위치와 화재 대피경로 등을 주의해서 한 번씩 확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또한 위험한 곳에 불법 주·정차를 피해주시고, 생활 속의 각종 안전규정을 잘 지켜주시길 당부 드린다. 이런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거나 아니면 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큰 위기가 오기 전에는 반드시 약한 신호가 있는데, 그 신호를 잘 읽을 수 있으면 우리는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작은 신호들을 지켜보며 안전한 제주들 만들어 가도록 민(民)에서도 관(官)에서도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내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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