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코 원앙폭포.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올해 8월 7일)가 지났지만 "덥다" 소리가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부채, 선풍기, 냉방기를 총동원해도 온몸을 적시는 '끈적끈적'한 땀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덥고 지친 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물놀이 생각이 절실하다. 제주도에는 제주만의 특별한 물놀이 장소가 있다. 제주도 용천수다. 용천수가 흐르는 하천 등은 도민들에게는 친숙한 천연 수영장이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용천수는 머리끝이 찌릿해질 정도로 시원하다. 파도치는 해수욕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잔잔한 매력의 용천수 놀이를 떠나보자.

△물맞으러 "가즈아"
제주에서는 여름 물을 맞았다. 제주 사람들은 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흔히 '백중 물맞이'를 꼽지만 절기에 맞춰 보면 유두절(음력 6월 15일)부터 백중(음력 7월 14일)까지 물맞이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음력 7월 보름을 '백중(百中)'이라고 한다. 곡물의 신인 자청비가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날이다.

백중은 백종(百種)이라고도 한다. 또한 중원(中元)으로도 부른다. 백종(百種)은 갖가지 씨앗이란 뜻으로 농경신 자청비의 얘기와 맞아떨어진다.

제주에는 백중날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물맞이'를 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백중이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이겨내고 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조상들의 지혜를 체험해 보는 것도 색다른 피서법이 될 것이다.

소정방.
소남머리.
자구리.

△견디기 어려운 '시원함'
물맞이는 물론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제격이며, 서귀포시 소정방이 으뜸으로 꼽힌다.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소정방 폭포 아래 서면 채 10초를 견디기도 힘들 정도로 시원하다 못해 "춥다"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소정방과 멀지 않은 곳에 '소남머리'와 '자구리'라는 곳도 있다.

송산동 자구리 공원은 사계절 용천수가 솟구치고 빼어난 해안 절경을 자랑한다.

국민화가 이중섭의 작품 '그리운 제주도 풍경'의 배경이 자구리 공원이다.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 계곡에 위치한 '원앙폭포'도 규모는 작지만, 물이 맑고 차서 여름철 물맞이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원앙폭포'는 높이가 6m 정도로, 암반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제주시에서는 도두동의 '오래물'이 유명하다.

'오래물' 주변은 여름철이면 차량으로 넘쳐난다는 점에서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강정천.
논짓물.

△솜반천, 강정천, 논짓물…
화산섬 제주의 하천은 물이 흐르지 않아 '물길'이란 이름이 어색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네마다 풍부한 수량으로 물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하천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한여름에도 15~17도 정도를 유지하는 제주의 하천은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과 강정동 강정천은 용천수가 만든 생태하천으로, 투명하게 맑은 물을 자랑한다.

솜반천과 강정천은 수심이 얕아 가족과 함께 물놀이 하기 좋다.

솜반천은 주변에 걸매생태공원 등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곳도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은 민물과 바닷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여름이면 도민은 물론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그동안 쌓인 피로를 날려줄 용천수에 몸을 맡겨볼 것을 추천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