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close

제민일보

사이드바 열기
HOME 사설/칼럼 시론 담론
[시론담론] 삼나무로 다시 본 새별오름 관광 폭력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교수, 논설위원
고동완
입력 2018-08-12 (일) 13:42:04 | 승인 2018-08-12 (일) 17:28:21 | 최종수정 2018-08-12 (일) 17:28:18

제주도 전체가 화들짝 놀란 것 같다. 며칠 전 한 중앙 방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기도 한 비자림로의 삼나무가 도로 확장 때문에 베어내졌다고 보도했다. 제주에서 자연환경은 본질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이다. 하늘에서 본 모습은 흉측했고, 반향은 뜨거웠으며, 공사를 전면 백지화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청원이 이어지고 있으니 화들짝 놀랄 만도 하다. 

사실 이 보도에 대해 특히 삼나무를 바라보는 비우호적 시각에 근거하는 반론도 대단하다. 삼나무는 일본 원산으로 일제는 치산녹화라는 이름으로 전남 및 제주 지역에 삼나무 묘목 조림을 하였는데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산림 생태에 어울리는 수목은 아니다. 삼나무 이파리는 토양을 산성화시켜 다른 수종의 생육을 불가능하여 삼나무 단순림을 이룬다. 종 다양성이라는 산림의 생태 및 경관적 안정성 관점에서 보면 단순림은 지양되고 혼효림을 지향하여야 한다. 피톤치드의 효과 등에도 불구하고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수종이라는 이유로 벌목 대상이기도 하고, 우리 세금이 감귤원의 방풍용 삼나무 제거에 투입되고도 있으니 그리 우호적인 수목이 아닌 것은 맞을 듯하다. 

외래종이든 유해종이든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가 모두 제주의 자연환경이고 가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보도는 제주에서 환경보존 이념이 더욱 확장되는 동인이 된 것은 자명하다. 제기된 도로 확장공사에 대한 제주도청의 대안을 보면 삼나무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노선을 일부 이동 조정하였는데, 왜 당초에 그리하지 않았는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일이고 이번 보도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보도의 반향은 역설적으로 비자림로 도로 확장공사에서 벌목되려다 살아 난 1200여 주 삼나무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 조림된 8700만 주 삼나무림의 운명에 대한 논쟁으로 전이될 듯하다. 

이번 보도와 화들짝 반향에서 주목되는 것은 왜 이 삼나무를 살려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도로 확장이 지역주민의 생존권의 문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었고 관광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삼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지역주민이 자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라면 당연히 전적으로 동의할 일이지만.

새별오름은 제주 들불축제의 불 놓기 대상이 되는 오름이다. 벌써 21회로 3월 초에 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시 일원 및 새별오름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주 들불축제는 대한민국 히트 상품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축제로 선정된 제주 관광의 대표 축제이다. 불 놓기 행사는 정월 대보름 무렵에 나뭇가지를 쌓아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액운을 없애고 행복을 기원하는 전국에 두루 분포해 온 신앙의례이자 놀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름 불 놓기는 저녁 8시 경에 미디어파사드와 불꽃놀이와 함께 새별오름의 남동측 사면 10만 평방미터를 불태우는 들불축제의 핵심 행사로 관광객에게 최고의 절정과 장관을 제공한다. 

그런데 일 년에 단 한번 관광객에게 최고의 순간을 제공하기 위해 나무 한 그루 없이 오로지 민둥산이 되어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불태워져야 하는 새별오름의 운명은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왜 새별오름은 다른 제주의 오름들처럼 들풀과 나무로 덮여지지 못해도 되고, 그 가열찬 자연환경의 보존과 생태적 안정성의 주장에서 예외인가? 새별오름 불 놓기는 달집태우기라는 전통 풍속의 계승이 아니라 그저 관광객의 시선에 종속되고 관광을 목적화하는 관광 폭력의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화들짝은 별안간 호들갑스럽게 펄쩍 뛸 듯이 놀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솔직히 자연환경의 보존이나 생태적 지속성 등을 논거로 하자면 삼나무 2100여 주의 운명보다 새별오름의 아픔이 더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이 또한 중앙의 방송이 보도하면 화들짝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보다 당당하게 제주의 시선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 때이다. 

고동완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제민일보 네이버에서 본다"

도내 일간지 유일 뉴스스탠드 시행

My뉴스 설정방법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