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에 KBS 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라는 방송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치매판정을 받은 70대와 80대 노인들이 식당의 종업원으로, 이연복 요리사가 음식점의 총괄셰프로, 송은이 지배인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방송이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프로젝트 식당에서 치매노인들이 홀 서빙을 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도전했다.

치매노인들은 주문을 받은 음식주문을 잊어버리거나, 서빙을 하다말고 테이블에 앉아 손님과 수다를 떤다. 최인조 할아버지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 제자가 식당에 나타나자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명오가 왔다 갔어요?"라고 물으면서 음식점에 왔다간 제자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실수 연발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에 집중하며, 경증 치매노인들이 수동적인 환자가 아니라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그렸다. 무엇보다 치매를 다른 사람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방송했다.

이틀간의 음식점 영업을 마치고 난 뒤 송은이 점장은 "어르신들이 이걸 해내겠다는 의지가 어디서 나왔는지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주변의 가족들, 친구들이 내 친구가 처한 상황을 , 내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딴 섬에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이 외롭게 하지만 않는다면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치매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주특별자치도 치매 유병 현황을 보면 2018년 치매유병률은 12.46%로 전국 1위, 치매고위험군 85세 이상 고령자 유병률 47.11%로 전국 1위이다. 치매의 문제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도내 6개 보건소 치매환자 등록은 4,865명으로, 추정 치매환자 수 대비 등록률은 44.68%이다. 아직까지 치매환자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OECD 국가들은 치매관리 정책을 추진하는데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본 방향을 참고하여 제주의 치매관리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 ① 가족 돌봄과 사회적 돌봄의 질적 향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돌봄 인력(가족 구성원,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에 대한 보호와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족지원 프로그램 개발과 요양보호사의 이직 방지 등을 위한 보다 내실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③ 치매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하여 치매환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여 타인이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는 경향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④ 지역사회에서 돌봄 서비스 제공 시설 간의 네트워크 협력 강화하여 치매환자의 돌봄 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돌봄 서비스 단체(기관)간에 협력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⑤ 치매관리 돌봄 서비스 제공 시설이 내집 같은 생활환경 조성을 통해 가족 돌보는 분위기를 만들고, 동시에 시설종사자들이 가족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것이다. ⑥ 치매환자의 돌봄 서비스 제공시설(기관)은 가능한 치매환자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⑦ 치매환자에 대한 검진은 가능한 가장 빨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치매질환 가능성을 의심하는 개인 자신 혹은 가족 구성원이 빨리 검진을 받도록 치매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보건소, 병·의원, 치매전문병원에서 신속히 종합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조금은 치매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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